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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Mar 24. 2021

10년 만에 드레스룸을 정리하다 보니 드는 생각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는 사고의 전환

겨우내 방치한 곰팡이가 드레스룸을 덮쳤다. 쿰쿰한 냄새가 나 들여다보니 창가부터 피어오른 푸른곰팡이가 아끼던 가죽 가방에 올라 탄 채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집에서 노루궁뎅이버섯을 키워 보려 했지만 습도가 맞지 않아 실패한 적이 있다. 그렇다, 웬만한 정성 아니고서는 어렵다는 그 포자 번식을 내가 해내고야 만 것이다.

바깥에선 깔끔 꽤나 떠는데 집에서는 곰팡이가 핀 것모르고 있었다니, 참 누가 알까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로 입주하여 들어온 집이니 책임을 전가할 전 집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설사를 원망하자니 하자 보수 기간도 끝난 지 오래다. 바빴다는 핑계는 궁색한 변명 뿐, 오롯이 내 잘못, 관리 부실로 생긴 일다.


그렇게 반성을 하며 드레스룸 대청소를 시작했다. 겉보기엔 깨끗해도 입기엔 찝찝해서 모든 옷을 꺼내 세탁해야 했다. 못 입을 옷은 버리고, 남은 옷을 종류별로 구분했다. 고급 의류는 울세탁, 피부에 닿는 옷은 삶은 세탁, 빨기 어려운 옷은 세탁소에 맡겼다. 혹여 포자가 날릴까 차곡차곡 쌓아둔 후, 빨고 건조하고 구김 안 생기게 펴고, 옷장에 걸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드레스룸에 곰팡이 제거 시공을 한 후 환기시키는 과정까지 거치니, 원복까지 꼬박 5일 걸렸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너무 피곤해서 눈이 퀭해지고 말았다.


철마다 옷을 사던, 10년 넘는 직장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휴가 때 입을 예쁜 옷이 필요해서, 격식 있는 자리에 후줄근하게 갈 수는 없어서, 생일이니까, 갑자기 추워졌으니까, 보너스 나왔으니까, 세일하니까, 그냥 요즘 너무 힘드니까 기분 전환 삼아서 등 분명 살 때는 름의 이유가  옷들인데 막상 다 꺼내놓고 펼쳐보니 이건 왜 샀나 싶은 옷들이 즐비하다.


블랙 원피스 옆에 검정 원피스 옆에 까만 원피스


무엇보다 비슷한 옷들이 너무 많았다. 선호하는 브랜드라 생각해서 가장 먼저 들르곤 했던 A 랜드의 옷은 사실 디자인이 거의 같았다. 원피스의 길이가 무릎 위이거나 아래, 네크라인이 라운드이거나 브이라인, 진한 검정이냐 푸른빛이 도는 검정이냐 정도의 차이였다. 심지어 어떤 옷은 핏이 마음에 들어 두 벌을 사 둔 것도 있었다.


나에게 잘 맞아서 편한 옷. 나에게 잘 어울려서 기분 좋아지는 옷. 

그렇게 나는 항상 같은 스타일의 옷을 사 온 것이다.


옷도 이러한데 사람은 어떠한가?


우리는 나와 잘 맞아서 편한 사람, 나와 취향이 같아서 함께 어울리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을 에 두곤 한다. 그런 사람과 인생을 함께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편안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반대의 상황 힘들게 느껴진다. 실제 더 자주 맞닥뜨리게 는 일인데 말이다.




회사는 우리 집 드레스룸이 아닌 핫플레이스의 편집숍


내가 다니는 회사가 우리 집 드레스룸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호하는 디자인과 칼라로 채워진 내 옷장처럼 나 잘 맞는 사람들고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차르르 흘러내리며 내 바디라인부드럽게 감싸는 옷처럼 나와 딱 떨어지는 동료를 찾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그런 사람들로만 구성된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는 나이라도 같지, 회사는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모여  마련이다.


우리 집 드레스룸이 아닌,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아이템이 소량씩 진열된 편집숍에 가운 회사에서, 우리는 그 각기 다른 개성과 다름 혼란스럽다. 즘 트렌드라는데 낯설기만 한 옷도 있고, 화려한 디자인과 후덜덜한 가격에 거리감 느껴지는 옷도 있다.

게 우리는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관계 맺기 힘들어지고 회사가 싫어질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뒷목에 까끌까끌 닿아 찌르는 것 같기도 하고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해 계속 신경이 쓰이 옷의 라벨처럼, 누군가의 언행이 자꾸 거슬리고 편하다면 어떻게 는 게 좋을까? 옷도 가위로 싹둑 르다 구멍이 뚫릴지 몰라 조심하게 되는데, 인간관계는 더더욱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회사를 그만둘까?


팬더믹 이후 더어려워진 취업 시장에서 대책 없 용기는 권하기 어렵다. 설령 이직에 성공한다 해도 새 직장완벽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 사람 있어 다른 회사로 옮겼더니 거기에도 같은 사람이 있더라 하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정설이 아니던가.


회사를 차려서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까?


사람 성향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법. 당신은 이내 편인 줄로만 알았던 또라이를 해고시킬 방법이 없어 더 큰 스트레스 받게 될 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까?


지금도 우주의 먼지인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먼지로 살다 가기에는 당신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릇'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물리적인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심리적인 변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결국 내 생각에 달려 있고 사고의 전환은 갈등 없이 일할 수 있 상황을 가져다줄 수 있다.




정적인 면을 찾아보는 사고의 전환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 같지만, '점을 장점으로 인식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 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지금 당장 펜과 종이 준비하자(머릿속으로 그려나가는 것보다 직접 종이에 써 나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Step 1.

먼저 회사에서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떠올린 후,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이유를 한 두 문장으로 정리해 적어 보자. 아래의 예시를 참고해도 좋다.


[예시]

Step 2.

이제 앞서 적은 문장을 긍정적인 표현을 담아 다시 한 두 문장으로 바꾸어 적어 보자. 


[예시]


Step 3.

긍정적으로 전환된 특징에 집중하여, 내가 그로 인해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나 나에게 없는 면이라 향후 도움을 받을 수 있 상황들을 상상하여 적어보자.


[예시]

사소하거나 유치하다고 평가받을까 봐 머릿속에만 뱅뱅 맴돌던 감정을 시원하게 꺼내어 적어 보자. Step 3를 적을 때는 구체적일수록 좋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이제는 더 나아가 앞의 예처럼 싫어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그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 덕분에 내가 발전되는 방향으로 사고를 확장해 보자.


[예시]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나와 달라 배척해야 할 대상'이었던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으로 바뀐다.


또한, 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공감과 배려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인해 소모되는 에너지가 줄어드니 내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이 옷도 잘 어울리고 저 옷도 잘 어울려서 기분 좋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고의 전환은 단순히 갈등의 순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통찰의 과정이다.


나의 드레스룸에도 사고의 전환이 가져온 변화가 있음을 고백한다. 옷을 다 꺼내놓고 보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드러낸 드레스룸.


'와, 드레스룸 이렇게 넓었어? 그런데 여기에 꼭 옷만 들어가야 되는 법이 있나?

 버림에 나눔까지, 이번에 옷도 대폭 줄는데, 보다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면 어떨까?'


그렇게 지금 우리 집 드레스룸은 작은 서재로 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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