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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변하면 왜 어때서

by 심내음

‘사람이 변했네, 변했어’
‘어쩜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있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대사들이다. 무언가 변하면 안 되는데 변한 것 같고 사람은 한결같아야 하는데 변한 것 같아 나쁜 짓을 한 것 같다. 그런던 어느 날 나는 어떤까 돌아보니 분명 나도 변했다.

입맛이 변했다.

단 맛이 싫고 쌉쌀한 맛이 좋아졌다. 바닐라 라뗴에서 그냥 라뗴로 거기서 다시 아메리카노로 블랙커피로 에스프레소로 바뀌었다. 가끔은 에스프레소도 더블 샷으로 마신다. 매운 음식이 보다 담백한 음식이 좋다. 엽떡 매운맛에서 순한 맛을 넘어 요새는 가래떡을 굽지도 않고 그냥 먹는 게 맛있다. 신라면에서 진라면 순한 맛으로, 청양고추에서 아삭 고추로 취향이 변했다.

성격이 변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싫다. 미움받을 용기가 생긴 건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밤에 잠을 잘 수 있다. 신입사원 시절 점심메뉴를 고를 때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전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지금 상사가 되어 “전 이거 좋아합니다”라고 얘기하는 신입사원에 맞춰서 먹지만 얼마 전부터는 그럼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거 먹고 다음에 네가 좋아하는 거 먹자고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안 그러면 밤에 아쉽고 분해서 잠이 잘 안 온다.

취향이 변했다.

어디를 탈 때 바퀴 달린 것을 타는 게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두발로 걸어가면서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하는 게 훨씬 재밌다. 휴일에 무언가에 돈을 써서 놀아야 잘했다 생각이 드는데 지금은 시간이 날때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잘했다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내 얘기를 글로 쓰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글로 쓰면 무언가 배출한 것 같고 시원하다.

예전에는 변하는 게 두렵고 싫었는데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나는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그리고 또 변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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