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 일요일 오후, 갑자기 좀 추워진다. 장작을 좀 더 넣어 불을 세게 하고 물을 팔팔 끓여 머그잔을 채운다. 사실 내음 씨의 집에는 벽난로가 없어서 장작을 넣을 리가 만무하지만 가스불 손잡이를 돌리면서 장작을 더 넣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꽤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 모든 것을 눈 앞에 실현시키는 것만이 행복에 대한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100%는 너무 과하고 50%는 너무 부족하니 그 사이 정도만 채울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다. 그래서 채울 수 없는 50%가 가끔 필요한 경우에는 머릿속에 그리고 상상을 한다. 인간이 가진 멋진 능력 중에 하나가 상상력 아닌가. 갑자기 추워진 건 겨울이어서 추워진 바깥 기온과 아내가 청소를 위해 창문을 잠시 연 것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마음이 추운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이 일요일 오후이고 내일 월요일 출근과 회사에서의 미팅을 생각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이런 월요병을 없애려면 사업을 하던가 프리랜서를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에 병은 월요병 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원이 싫어 월요병이 싫어 프리랜서가 되고 개인 사업을 하는 순간 당신이 겪지 못한 새로운 병들이 생길 것이다. 결국 인간이 세상에 모든 바이러스를 없앨 수 없어 매년 감기에 걸리고 가끔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듯 내음 씨와 우리는 월요병이 없어도 또 다른 어떤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월요병 때문에 아니라 또 다른 무엇 때문에라도 갑자기 추워진다면 불을 켜고 물을 끓일 줄 아는 마음과 행동을 하자. 반복되는 것에 지치지 말고 덤덤히 불을 켜고 물을 끓이자. 그리고 낡은 도시가스 손잡이를 돌리면서 머릿속에는 멋진 무늬의 장작을 벽난로에 넣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