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몇 주전부터 등에 담이 걸린 것이 도통 좋아지질 않자 아내의 충고를 받아 한의원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민재는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병원비가 보험과 회사 지원 등으로 거의 해결이 되어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민재의 아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이상하면 병원에 가서 더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는 타입이라면 민재는 정말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고 참고 시간이 흘러 저절로 좋아지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일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민재도 병원에 조금 일찍 가보는 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알려준 한의원에 전화를 걸어 시간을 예약한 후 정해진 시간에 한의원을 찾아갔다. 간단한 서류 작성 후 체질 체크를 하고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추나, 침, 부황 등 몇 가지 물리치료를 처방했고 민재는 그러겠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 침과 부황 등 처치를 받았다. 간호사가 10~15분 정도 편안하게 누워서 있어 달라고 했다.
간호사가 내가 있던 베드에 커튼을 치고 사라진 후 몇 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간호사가 “편안하게 계세요’라고 하고 사라졌을 때 난 나름 가장 편안한 자세로 벽을 보고 멍을 때리겠다고 생각했다. 참을 수 없어 휴대폰을 보니 간호사가 나가고 나서 3~4분 정도가 지난 것 같았다.
‘이제 4분이 지났다고? 앞으로 10분을 어떻게 그냥 가만히 있지? 뭔가 불안하다 아무것도 안 보고 있으니. 휴대폰으로 뉴스라도 볼까?’
민재는 휴대폰에서 뉴스를 켜고 곧 기사를 보기 시작했다. 기사를 2개째 보고 있을 때 다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10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걸 못해서 그새 뉴스를 보고 있는 건가? 나도 뭐 휴대폰 중독 이런 거 아닌가?’
민재는 갑자기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바쁘게 살 때는 잠깐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싶다고 수없이 스스로에게 되뇌였으면서도 지금은 막상 침 맞는 시간 10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어색하니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민재는 한 가지 해결책이 떠올랐다. 멍 때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억지로 노력해서 해야 한다. 민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벽을 바라보며 명상하듯이 억지로 머릿속을 비우고 멍을 때리려고 노력했다. 몇십 초가 지났을까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벽을 초점 없이 바라보고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하자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 시간 머릿속에 머물지는 않았다. 민재는 스스로 ‘멍 때리고 있네’라고 느낄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민재는 한의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가정, 일, 육아, 성공, 노후계획 등등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항상 들어가고 나가고를 수없이 반복하지만 단 몇 분이라도 오늘처럼 ‘멍’을 때릴 수 있도록 항상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이제 민재에게는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멍 때리는 것도 피(?) 나는 노력으로만 성취할 수 있다. 열심히 멍 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