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스노우'도 인식하는 '잡채' - 새색시 되었어요.

by 도시락 한방현숙
'잡채'와 지갑
‘잡채’가 온 지 2주 만에 800g 사료 3봉지를 먹었다. 배변 패드 100매와 육각형 펜스를 구입했다. 사료 밥그릇은 물론이고 ‘잡채’ 전용 목욕 비누 구입 등 반려견에 관한 지식과 관심이 늘어날수록 관련 용품 구입은 늘고 있다. 귀가하는 아이들 손에는 오늘도 ‘잡채’ 장난감 하나씩 들려 있다. ‘배변판’을 포함해 그래도 아직 사야할 목록들이 머릿속에 많으니 앞으로 지갑을 열어야 할 일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동네 ‘다이소’ 매장은 ‘잡채’를 위한 아주 유용한 곳이 되었다. 소소한 장난감은 물론 다양한 반려견 용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진료

1차 예방접종을 위해 동네 동물 병원을 찾았다. ‘잡채’를 키우며 새로 경험하는 많은 일들 중 동물병원 출입은 큰일을 차지한다. 마치 갓난 아기를 안은 엄마들처럼 몇 명의 견주들이 쭉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만 해도 웃고 지나쳤을 그 광경 속에 나도 쏙 들어가 함께 어울려 앉아 본다.

간호사 품에 안겨서도 여전히 순딩순딩

예민하게 반응하는 몇몇 강아지들 틈에서 ‘잡채’는 커다란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잔뜩 긴장한 채 발발 떨고 다. 묵직한 무게로 내 품에 안겨 바짝 긴장하는 ‘잡채’가 너무 안쓰러워 나는 더 꼬옥 안아준다. 체중계 위에서도 바짝 엎드려 주위 눈치만 볼 뿐 완전 ‘얼음’ 상태 그대로이다.

간호사 손에 덜렁 안겨 매달리다시피 진료실로 들어가면서도 끽 소리 한번 안 낸다. 유리창에 비친 ‘잡채’는 간호사가 귀를 소독하고, 발톱을 깎고, 털을 잘라 주는 동안에도, 간호사들이 귀엽다고 쓰담쓰담 하는 중에도 꼼짝 없이 눈치만 보고 있다.

다리도 내어주고, 엉덩이도 보여주고!

“잡채, 보호자님!”

부르는 소리에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웃으신다. ‘잡채’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어쩌다가 ‘잡채’가 되었는지를 물으니 우리는 익숙하게 행복한 대답을 한다. 진료 후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잡채’가 10~15Kg 이상의 대형견이 될 거라는 말은 예상했었지만 놀라웠다. 대형견을 아파트에서 키울 수 있냐는 물음에
“그럼요!”
라며 용기를 주니 조금 안심이 되지만 헛웃음은 계속 나온다.

20180816_122952.jpg 선생님 앞에서도 얼음 '잡채' - 이미 5kg이 넘었다.

거실에서 그렇게나 방방 뛰어다니며 재롱까지 부렸는데, 지금은 침을 질질 흘릴 정도로 상태가 온전하지 못 하다. 강아지들에게 자동차 승차는 어려운 일인가 보다. 2차 접종 때는 안고 걸어 병원을 방문했었는데 여전히 긴장하며 떠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산모/아기 수첩만 보아오던 나에게 이런 수첩이 생길 줄이야.
가슴으로 낳은 '잡채' 잘 키우려면!

3가지 접종에 6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앞으로 맞아야 할 기본 접종이 5차까지 더 남아 있다. 지금은 건강하나 늙을수록 사람처럼 치료비가 더 들것이며, 때로는 수술비도 추가될 것이다. 딸아이가 알려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웠어요.”라는 문장이 농담이 아님을 병원비를 치르며 알아챈다.

같은 행사 알림 포스터인데 '길렀다'라는 표현이 '모셨다'로 바뀌었다.- 다음 이미지

저렇게 귀엽기만 한 ‘잡채’도 곧 빠르게 성장하여 나이 들것이고, 당연히 늙을수록 병치레는 많아지고, 감당할 치료비는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대부분 유기 동물이 이 시점에서 발생하리라. 그러나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으로 명명하는 이유를 우리는 분명 알고 있지 않은가?

" 키워 보니 넘 못 생겨서 그만 둘래요!"

" 공부를 못하는 자식!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 병들어 아프기만 하니 버려야겠어요."

라고 우리는 자식에게, 가족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미 가족이 된 '잡채' 에게 어찌 다름이 생기겠는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게 무엇이든 함께 살아가야할 반려 가족으로 맞이한 '잡채'가 어찌 애완의 의미를 지니겠는가!

마음 속 다짐

먼 후일의 어느 날, 어느 때라도 절대 우리 ‘잡채’를 유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며 선언해 본다. '잡채' 사료값 떨어지지 않도록, '잡채' 키울 능력 없어지지 않도록 파이팅 한번 해 본다.

병원 가기 전 깔끔하게 목욕하고
품에 안겨 병원 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