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와 장난감

by 도시락 한방현숙
물어뜯기 '잡채'

3주 전 반려견을 입양했다고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 ‘이미 오랫동안 견주’인 분들은 여러 조언들을 들려주었다. 반려견과 함께 하려면 감내해야 할 사항과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유용한 팁들이 주 내용이었는데 그중 털 이야기와 함께 가장 걱정하며 들은 것은 대부분의 가구 다리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물어뜯고 갉아버린다는 말이었다.

‘잡채’ 나이 3개월이면 사람 나이 5세와 같다고 한다. 자아가 생기는 3살을 훌쩍 넘겼으니 이때 교육을 잘 시켜야 건강한 반려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이가 간질간질하며 곧 유치가 빠질 터이니 얼마나 자근자근 씹고 싶을 것인가!

아이들이 사다 주는 장난감과 헌 옷가지로 충분히 씹고 물고 뜯느라 가구 다리에는 눈길을 안 주는구나 했더니만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 테이블과 소파 사이에 들어가 즐겨 자는 모습을 보고 아예 간격까지 고려하여 바싹 붙여 놓았더니만 그 사이에서 잠만 자는 척? 했나 보다. 어느새 테이블 다리를 다 갉아 놓았다.

헌 옷가지 물어뜯기

“잡채‘의 첫 번째 물어뜯기 대상은 수건 상표였다. 낡은 수건을 놀이 삼아 주었더니 이리저리 방방 뛰고 놀다가 상표가 거의 떨어질 정도로 씹어대며 힘겨루기를 즐겨했다. 수건 다음의 공략 대상은 양말이었다. 돌돌 말아주면 풀어내느라 코를 박고 집중하다가 역시 꽉 물어대며 힘겨루기를 하였다. 집안의 헌 옷들은 차례대로 ’ 잡채‘의 장난감이 되어 ’ 잡채‘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다 버려졌다. 오늘은 원피스 끈을 주었더니 새로운 몸짓으로 기쁨을 주었다. 마치 리듬체조의 리본 종목 선수처럼 끈을 돌려주면 헉헉대면서도 얼마나 재빠르게 달려오는지 기계체조 선수 저리 가라의 동작을 보였다.


딸랑이 물어오기

아직 어려 간식은 줄 수 없다 하여 여러 가지 실리콘 재질의 장난감을 사다 주니 이리저리 돌려가며 침 범벅을 만들어 물고 뜯고 너덜거리게 만들어 놓았다. 첫째가 사다 준 딸랑이가 들어 있는 놀잇감은 ‘잡채’가 대형견이 될 아이임을 잠시 잊어버린 티가 뚜렷이 나는 크기였다. 곧 다시 ‘잡채’가 만족할 만한 크기의 딸랑이로 교체해 주었다.

딸랑이를 멀리 던지면 야무지게 뛰어가 물고 오는 모습이 예뻐 자주한 행동이 ‘잡채’에게는 무리한 행동이었음을 수의사 선생님의 진료 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한 행동이 ‘잡채’의 관절을 아프게 하였다니 정말 미안했다.

노즈 워크 놀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프로의 인기는 웬만한 반려견 관련 상식 내용들을 견주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 냈는데 ‘노즈 워크’도 그렇게 알게 된 것 중 하나이다. 후각을 이용한 간식 찾기 놀이로 숨겨진 간식을 찾으며 스트레스도 풀고 똑똑함도 키우고, 분리불안까지 없앨 수 있는 좋은 놀이라 하여 ‘잡채’를 위해 ‘노즈 워크’ 장난감을 구입했다.

킁킁거리며 천조각 사이의 사료를 잘 찾아내 기특했는데, 장난감 바닥 밑의 천까지 뜯어내어 솜뭉치를 먹는 바람에 잠시 치워 놓았다. 조금 더 자라 플라스틱 안 사료까지 쏟아 내 먹을 궁리를 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폭염 속 얼음 놀이와 TV 시청

폭염은 우리뿐만 아니라 ‘잡채’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는데, 혀를 내밀고 심하게 헐떡일 때는 많이 안쓰러웠다. 시원한 얼음물을 주다 페트병에 물을 얼려 주니 날름날름 페트병을 핥으며 시원하게 잘 가지고 놀았다. 한참을 논 최종 결과는 역시 아작아작 물어뜯은 뚜껑 분리 성공이었다.

시원한 물이 쏟아지자 지가 놀라서 한 뼘 물러서기까지 역시 귀요미 ‘잡채’이다.

요즘은 슬슬 안방까지 기웃거리더니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 TV 시청까지 해 낸다. 개들만을 위한 ‘Dog TV’도 있다던데 ‘TV 시청 잡채’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잡채야! 사랑해~
아침이면 어김없이 그 간 없던 새 날이 찾아온 듯 반갑게 낑낑거리며 안기는 ‘잡채’
조용하다 싶으면 어느새 곁에 와서 착 엎드려 나의 행동을 요모조모 바라보며 눈동자 굴리는 ‘잡채’
우리가 딴 일을 하고 있어도 어느새 곁에 와서 새근새근 낮잠을 주무시는 ‘잡채’

아이들은 어서 ‘잡채’와 산책 나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말랑하던 ‘잡채’ 발바닥도 많이 단단해졌다. ‘잡채’와 즐거운 일, 설레는 일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잡채’는 이미 우리에게 기쁨이 되었나 보다.

의젓한 모습 -얼마나 더 클거니?
호기심이 많은 잡채 갸우뚱!
이 모든 것이 물어뜯기용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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