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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pr 25. 2019

그곳에서 평안하소서!

꽃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그곳에서

 마지막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앞에 앉은 이가 말했다. 망연자실한 채 장례식장에 앉아있기는 나도 매한가지였다.     

 죽다 ……. 죽음…….    

 어머니가 돌아가신 해 죽음을 접하고, 같은 해 무수한 노란 리본 앞에서 정신을 놓아 본 일도 있건만 여전히 죽음은 낯설고 사납다. 특히 가까운 이들의 죽음 앞에서는 도저히 삶의 균형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세상 누구라도…….    

 상복이 전혀 안 어울리는 저 어린 세 자매와 사부님을 차마 볼 수가 없다.
 꽃 같이 어여쁜 얼굴의 저 영정 사진이 진짜란 말인가!     
깊은 우주

 가끔 한 밤중에 잠이 깨면 우주가 아주 커다랗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우주의 한 점 티끌이 되어 밤새 어둠 속을 유영한다. 우주 끝 경계까지 다다르기도 하고, 죽음과 삶의 경계라 여기는 곳까지 가 엄마와 오빠의 안부를 묻고 오기도 한다.

 인간이 세상에 온 의미와 사라짐의 마지막까지 생각이 미치는 밤이면 영락없이 우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벽까지 허우적거린다. 그러고 나면 참 슬퍼진다. 인간이 한낱 가벼운 존재로 느껴지고, 우리 모두 결국 떠나리라는 운명에 큰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세상 덧없음으로 우울이 깊어지다 잠이 들면 다음 날은 더 큰 우주에 빠지곤 했다. 더 큰 불안이, 더 깊은 허무가 동시에 몰려드는 검은 우주……. 갱년기 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밤이 너무 었다.    

사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맞이해야 하는 죽음의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아있음은 무엇일까?    
새벽 이슬비

 하루 종일 꽃비가 흩날리는 계절에 새벽부터 이슬비가 내린다. 이슬비는 그분의 성정처럼 곱고 부드럽게 조용히 공기를 적신다.

이 발걸음이 우리가 늘 만나던 그 모임으로 가는 예사 걸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곳에 푸근한 웃음 짓던 그분이 예전처럼 앉아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러나 그분은 떠났고, 나는 그분의 발인제 장소를 찾아가고 있다니…….

꽃과 마지막을 함께 한 이 ♡♡ 선생님

 벚꽃이, 목련이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이다.

 유난히 꽃을 좋아했던 그분이 꽃길 따라 떠오른다.

들풀과 꽃들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시골 동네 누렁이들에게도 얼마나 다정했는지를…….
비가 오고, 노을이 지고, 바람이 부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얼마나 설렜는지를…….

 사진 속 꽃과 같이 어여쁜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내며 우리는 오열했다. 15년 동안 함께 한 추억으로 어깨를 들썩이고, 바로 얼마 전 모습이 너무 생생해 흐느꼈다. 너무 아까워서, 너무 기막혀서 울었다.    

그리도 애지중지 사랑했던 딸들이 저리 어여쁜 꽃으로 피었는데…….
가시는 걸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을 담으려 했던 그분이 이제 영원히 자연의 품에 안기려 하고 있다. 아픔 없는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몹쓸 병마가 너무나 일찍 그분을 데려갔지만 그분의 온화한 미소와 건강한 마음은 오래 남으리라. 오늘이 부활절이듯 그분은 곧 딸들의 가슴에 사랑으로 부활하리라. 그리고 우리 친구들에게도 추억과 아름다움으로 찾아오리라.    

그곳에서 평안하소서
 “재미지게 사세요!”    

그분이 나와의 메시지에 남긴 마지막 문장이다. 자잘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사소한 내 투정에 지혜를 주었던 그분! 언제나 모임에서 나를 품어주던 그분의 넉넉한 미소가 한참 동안 그리울 것이다.

    

이 ♡♡ 선생님!

가벼운 몸으로

아픔 없는 그곳에서 영면하소서.

모든 걱정 사라진 그곳에서 평안하소서.

믿어지지 않지만……. 기억할게요.

선생님, 편안히 가시옵소서.

우리 모두 선생님 영혼의 안식을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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