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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 비양도 그리고 노을!

우도에 있는'비양도' 말고...

by 도시락 한방현숙
처음…….

새로운 경험은 늘 신선하다. 가족끼리 몰려다니며 왁자하게 여행길에 오르다 딸아이와 둘만의 여행시간을 가지니 많은 것들이 처음인 듯 새롭다.

허전한가 싶으면 가벼워지고, 가벼운가 싶으면 그리워지고…….
제주는 늘 설렌다.
♡ 운전은 늘 남편 몫이었는데, 4일 내내 렌터카 운전을 했더니 그 수고로움이 훅 들어왔다.
♡ 두 테이블을 차지하거나 보조 의자를 추가해야 하는 5인에 비해 2인의 움직임은 정말 단출했다.
♡ 여행지에서 밥 한 끼 먹으면 왕창 불어나던 식사비가 반으로 주니 주머니 부담이 훨씬 가벼워졌다.
♡ 5인 5색으로 취향이 제 각각인 복잡한 여행 스타일을 2인이 적당히 합의하여 단순화할 수 있었다.
♡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다른 가족들이 떠올라 단톡 방에 사진 올려 공유하기 바빴다.
비양도

이번 제주 여행 제목은 ‘비양도’와 ‘한라산’으로 잡았다. 제주도를 4 등분하여 북서쪽 언저리만 다니기로 마음을 비웠다. 그랬더니 ‘금능’과 ‘협재’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장면을 여행 내내 시시때때로 담을 수 있었다. 제주에 가면 섬 속의 섬이 참 좋다. ‘우도, 마라도, 가파도, 추자도, 비양도’…….

비양도에서 협재 해변이 바로 보인다.

오전에 ‘한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점심때쯤 ‘비양도’행 배를 타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이 자꾸 ‘비양도 도항선 선착장’이 아닌 ‘한림항’으로 안내해서 같은 곳을 무려 세 번 씩이나 왔다 갔다 했다. 덕분에 한림항구 출입구에 있는 차량용 소독 전용 방제기의 소독 물세례를 여러 번 받았다. 뱅글뱅글 돌며 계속 소독하러 오는 제주 여행객 렌터카! 부두 직원이 봤다면 웃지 못할 만큼 웃겼을 것이다.

‘비양도’에서 머문 4시간은 말 그대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안 한 채 경치 좋은 카페에 오랫동안 머문 적이 있던가?
짬짬이 나오는 눈부신 겨울 햇살 아래 멍하니 앉아 맘껏 풀어진 것이 있던가?

‘비양도’는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아주 작은 섬이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손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 배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배편은 하루 4회 정도 운행되는데 경우에 따라 증편하기도 한다. 우리는 4시간을 머물렀다.(2시간은 좀 빠듯해서 쫒기 듯 여행할 것 같다.)

♡ 차가 없는 섬이다.
♡ 천년의 섬으로 지칭되는 화산섬으로 대나무가 무성할 때는 ‘죽도’라 불렸다 한다.
♡ 비양봉 중심에 비양도 등대가 있다.
♡ 백년초가 자생하고 있다.
♡ 농담이지만 ‘우도’의 ‘비양도’와 혼동하면 안 된다.
♡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염분을 지닌 습지, 팔(펄)랑 못이 있다.
♡ 코끼리 바위가 유명하단다.
♡ 드라마 ‘봄날’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렸다.
♡ 화산 분출로 쌓인 소규모 화산체 ‘호 니토(Hornito)’를 볼 수 있다.
우리를 태울 비양도 천년호가 들어오고 있다.
내리자 마자 이 분이 열강을 해 주신다. 매우 유쾌하고 친절하게!
어느 예술가의 집인듯...
그냥 좋다.
정말 코끼리 같다.
한 곳에 이런 오염물이 모여있다. 제주도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자유롭지 않다.
비양도의 대표적 호니토 -애기 업은 돌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동안!
풍력 바람개비가 운치를 더한다.
왠지 아련한 비양분교! 아이들이 있나? 없나?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카페 이층은 햇살이 강렬했다.
이 그림을 마음에 담아 한 학기 스트레스를 물리치련다.
카페 아래층에서도 한참 있었다.
(주인장 말씀이)전복보다 비싸다는 보말죽! 정말 맛있었다 - 다음 이미지
올레 카페
바구니에 담긴 귤을 양껏 집어 먹을 수 있는 비양도 카페 인심
가파도 핫도그만큼 맛있다.
다니는 차가 없어 좋았다. 달리는 자전거도 드물었다.
비양도를 떠날 때도 열일하시는 이분! 고맙다.
비양도~안녕!
'비양도'에서 나와 '비양도'를 보다.

‘비양도’에서 나와 ‘비양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겹다. 한나절 같이 있었다고 어느새 ‘비양도’가 잘 아는 섬 인양 반갑게 다가온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닿을 듯 보이는 ‘비양도’, 노란 칠을 한 마을회관 건물이 트레이드마크 역할을 할 줄이야! 협재 해수욕장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정 가운데 노란색 건물, 비양도 마을회관이다.
노을, 석양, 일몰

저녁 6시쯤 우연히 들른 ‘협재’ 해수욕장 노을 풍경은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고운 하얀 모래사장 위에 이런 장관이 펼쳐질 줄이야! 바닷가로 다가갈수록 석양은 짙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모여든 사람들과 어우러져 일몰의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있었다. 바람은 거세어졌으나 석양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추위 속에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일몰은 일출과는 다른 차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천천히……. 차츰차츰…….
물들어 가는 아름다움.

10 여 분이 찰나처럼 지나갔다. 우리가 ‘협재’를 벗어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협재’의 바다를 감탄하며 들어서고 있었다. 와~ 환호성까지 지르며…….

그들은 상상이나 할까? 방금 전 얼마나 아름다운 일몰이 펼쳐지고 있었는지를…….

그래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협재, 비양도 그리고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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