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던 해는
온통 생선 비린내로 가득했다.
이름 없는 회사의 학습지 교사로 헤매던
오랜 아파트 연안 부둣가는 무덥고 더러웠다.
행여 그 냄새 내 인생에 스며 머물까 질겁했으나
나에게는 달아날 뾰족한 수가 없었다.
꼬깃꼬깃 건네는 무례한 화폐는
자존심을 깊게 훑었고 그 상처는
당연히 구차하고 비릿했다.
학습지가 깔고 앉은뱅이책상 앞 아이의 맑은 눈동자마저
날 조롱했고,
딸려 나오는 미숫가루 탄 물은 너무 미지근하고 거칠었다.
이 집 저 집 들락거릴 때마다
바람에 끼쳐오는 냄새는
저 멀리 부둣가 시장 주변 어딘가에
썩고 있는 생선 찌끄레기의 고약이었다.
열두 달 가까이 이글거리며,
달아오르는 냄새에 비틀거리던 나는
펄떡거리며 살아 오르는 생명의 바다를 절대 볼 수 없었다.
스물다섯의 나는
향기롭고, 고상하고, 깨끗하고, 상냥한 거리를 바라고 바랐다.
축축한 쓰레기로 가득한 이 거리를 걷고 싶지 않았다.
죽어 널브러진 생선이 뿜어내는 악취를 맡고 싶지 않았다.
눈앞은 항상 부옇고, 다리는 동동거렸다.
그래서
내 청춘은 아프고 쓰렸다.
지금 이 나이로
다시 찾은 부둣가는 싱싱한 생선이 날뛰는 풍요로운 곳이나
여전히 시장 밖, 저 끄트머리 언저리에서
감당할 수 없는 햇빛에 눌려 고개 숙인
내 청춘이 축축한 바닥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