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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ay. 2019, 겨울! 제주여행 9

제주도에 가면 먹을 것이 많고, 맛있는 제주!

by 도시락 한방현숙

2019년 겨울, 일주일 이상 제주에 머물며 삼시 세 끼를 무엇으로 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으로 호사를 누릴 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때로는 분말 생식으로, 때로는 컵라면으로 때울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맛 집을 잘 찾아 잘 먹고, 잘 돌아다니며 건강을 회복하였다.

♡ 제주 물가는 역시 비쌌다.
♡ 휴가철이 아니다 보니 평일 저녁 6시가 되면 웬만한 곳은 문을 닫아 식당을 찾아 헤매야 했다.
♡ 소문난 맛 집 중 소문만 난 맛없는 식당이 꽤 있었다.
♡ 전국적인 같은 브랜드의 같은 맛으로 제주 지역 맛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 바닷가마다 한 접시(30,000원)의 해녀 해산물이 반가웠다.
♡ 이름난 식당의 배부른 불친절에 살짝 불쾌한 때도 있었다.
♡ 비싼 돈을 주고 먹은 맛없는 갈치조림은 아직도 아깝다.
♡ 멜젓에 찍어 먹는 흑돼지(목살, 삼겹살) 연탄구이는 별미다.(이 유명한 집이 친절하다면 정말 고급식당이 될 수 있을 텐데...)
연돈 돈가스

우리 가족이 즐겨보던 유명 TV 프로에 나왔던 돈가스집이 이즈음 제주에 식당을 열었다. 전국적인 관심과 유튜버들의 호들갑으로 이미 유명세를 치른 터라, 제주도가 들썩일 때였다. 마침 우리가 머물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맛있어 봐야 돈가스 튀김이겠지, 라는 나와 달리) 남편은 정말 내일 새벽에 텐트라도 들고 줄 서기에 동참할 것처럼 관심을 보였다. 많은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 제주로 날아와, 새벽 4, 5시부터(혹은 훨씬 이른 시각부터) 졸음과 추위를 이겨내며 오직 돈가스를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긴 줄에 서서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우연히 중국집 식당에서 돈가스 사장님 부부를 보게 되었는데, 선한 인상과 몸에 밴 듯 성실한 행동이 반가워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들었다. 이 아쉬움을 달래려 공항 근처 바삭 돈가스(시청점)를 찾아 결국 제주에서 돈가스를 먹기는 했다.

2019.12월의 연돈 돈가스 식당
신장개업과 엄청난 관심으로 몹시 바빠 보인다.
제주 바삭 돈가스(시청점)
연돈 옆 식당에서 짜장과 짬뽕을 먹으며 연돈 사장님을 보았다.
인천에서도 가지 않던 빽다방을 제주에서 가다니...
글라스하우스-민트레스토랑

섭지코지 글라스하우스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우리는 결국 다음날 점심을 먹게 되었다. 여행에 늦게 합류한 둘째가 없었다면 패스했을지도 모르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했다 싶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비싼 한 끼를 먹었다.

글라스하우스 2층, 민트 레스토랑
런치 정식
크리스마스, 바다, 제주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어디서든 오션 뷰!
♡ 유명 셰프의 이름답게 매우 고급스러웠다.
♡ 조금의 양이 아쉬움이 아닌 입맛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
♡ 배부르지 않게 미식가 인양 맛에 집중했다.
♡ 훨씬 비싼(2배 이상) 디너에는 어둠으로 보지 못할 오션뷰를 런치로 마음껏 누렸다.
♡ 성산 일출봉을 보며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렸다.
♡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젊은 연인들의 예약이 줄을 이었다.
♡ 크리스마스트리와 부드러운 음악이 여유로움을 만들어 마음에 충만했다.
♡ 다음에 섭지코지를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될 정도로 흡족했다.
♡ 여행 후 우리가 먹은 음식의 종류(포카치아, 카다이프, 뇨키, 크렘블레 등)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ㅎㅎ
웰컴 디쉬
양파 포카치아, 전복, 제주 방어
에피타이저 - 당근수프와 감자 뇨키
에피타이저 - 왕새우 카다이프
메인요리 - 흑돼지 구이와 단호박 리조또
메인요리 - 소고기 등심 구이
디저트 - 땅콩무스, 크렘블레, 감귤아이스크림,그리고 커피
전복죽과 딱새우

점심도 거른 채 올레 8코스를 11km 걸은 후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처음 도전한 올레길에서 무모함으로 쓴 맛을 보고 어서 빨리 허기진 배를 채울 음식이 고파서 허둥댔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곳이다. 전복죽이야 뭐 평상시에도 자주 해 먹는 음식이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이곳은 잘 왔다 싶은 곳이었다. 친절한 사장님과 맛과 영양이 가득한 전복죽!

전복죽, 전복물회, 전복만두
이미 엄청 유명한 곳이었다.

휘닉스 섭지코지 숙소 근처에서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경쟁을 뚫고 포장에 성공한 딱새우 한 접시도 별미 중 별미였다. 싱싱함으로 가득한 제주의 맛을 한 입에 담는 것 같다.

여행, 음식, 힐링! 좋은 사람과 맛난 거 먹으며 풍경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이 또 있으랴! 돈, 시간, 건강을 챙겨서 여행하는 즐거움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코로나19! 어서 사라져라!)

2019, 겨울 제주 여행 안녕

사진첩으로 둘러본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제주는 늘 시원하고, 뻥 뚫리고, 새롭다. 2년을 묻어둔 제주, 역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거기 있으리라.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고, 고마운 자연을 마음에 담아 우리가 지켜야 하리라.

제주의 깊고 푸른 밤, 제주의 푸르고 넓은 바다, 제주의 고즈넉한 섬들을 무수한 화산송이만큼 내 마음에 뿌리고 눈을 감아 그려 본다.

언제나 설레는 아름다운 섬,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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