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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고운 장조림 만들기

짭조름하며 달짝지근한 밥도둑!

by 도시락 한방현숙

편두통으로 금요일 병가를 내고 토, 일 3일 내내 앓고 나니 세상이 또 달리 보인다. 장이 예민한 사람은 과민성 대장 증상에 시달리고, 목이 예민한 사람은 늘 목감기를 달고 살듯이 나는 뇌가 예민한 사람이라 편두통에 시달린다고 하니(뇌섹녀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딱히 손쓸 방법이 없다. 남들이 몸이 피곤해 몸살을 앓을 때, 나는 편두통을 앓는다 생각하니 마음은 한결 단순해진다.

겨우 일어나 허기진 배를 채우려 하니 쉽지 않다. 평일 아무도 없는 집에 나의 끼니를 챙길 이는 당연히 없다. 주린 배를 채울 죽을 주문하려니 놀랄 만한 배달비(4,000원)에 눈이 동그래진다. 배달 온 B죽의 장조림 반찬을 보니 냉장고에 있는 고기가 번뜩 생각난다. 장 봐 놓은 고기의 유통기한을 걱정하는 것을 보니 이제 조금 두통으로부터 살만해진 모양이다.

힘을 내 전복 내장죽을 호호 불며 한 그릇을 비웠다.(배달비를 생각하면 한 톨도 남길 수 없다.) B죽만큼 유명하다는 장조림 서너 가닥을 씹으며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허세를 품어 본다. 이틀 후 냉장고에 있던 고기를 꺼내 허세가 아님을 증명해 보았다. ㅎㅎ

간장과 설탕 양을 가감하여 짭조름과 달짝지근을 조절한다.
♡ 장조림용 소고기(500g)의 핏물을 빼기 위해 물을 갈아가며 1시간 이상 담가 놓는다.
♡ 고기가 잠길 만큼 물(800ml 정도)을 붓고 향신 재료와 함께 센 불에서 끓인다.
♡ 향신 재료 = 다시마(2장)+마늘(10개)+생강(1개)+ 대파(1개)+양파(1/2개)+ 소주(1잔)+맛술(1잔)+ 사과 또는 배(1/4쪽)
♡ 끓어오르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고기 불순물을 걷어내며 중불에서 40여 분간 푹 삶는다.
♡ 40분 후 고기를 건져내어 결대로 찢는다.
♡ 고기 육수는 체에 걸러 조릴 국물로 준비한다.
♡ 찢은 고기에 육수(500ml)를 부어 장조림 양념과 함께 센 불에서 끓인 후 중불로 10분 정도 더 끓인다.
♡ 장조림 양념 = 간장(130ml)+소주(3스푼)+맛술(1스푼)+설탕(5스푼)+올리고당(5스푼)+후추(조금 톡톡)
♡ 종지에 깨와 함께 올려 조금씩 덜어 먹는다.(짭조름하니까)
한우가 비싼 만큼 확실히 맛있다는 사실!
고기가 식기 전에 찢어야 한다. 엄지가 아프다.
좀 더 곱게 찢으면 더 부드럽고 맛나다. 가위질보다 손질한 고깃결이 훨씬 맛있다.

삶은 고기 덩어리를 결대로 찢기가 힘이 들지만 레시피대로 리를 시작만 하면 정말 맛있는 장조림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 손이 자주 가는 반찬 하나 후딱 완성했더니 기분이 금세 좋아진다. 질리지 않는 건강한 맛에 가격과 양도 훌륭하니 지난번 비싼 B죽 배달비가 상쇄되는 기분이다. 뚱한 곳에서 배달 음식비를 벌충하려는 나의 이상 심리도 편두통의 후유증은 아닌지 모르겠다. 짭조름하며 달짝지근한 밥도둑, 소고기 장조림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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