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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갑자기 잡채 요리라니…….

잡채와 잡채

by 도시락 한방현숙

습하고 더운 데다 집에 사람(점심, 저녁 식사할)도 없어 찌개나 국 요리는 거의 패스하고 간단하게 혼밥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냉동실 정리 중 뭉쳐진 소고기 덩어리를 발견하고 미역국을 끓이기로 했다. 요즘 통 밥을 못 먹는 막내가 그나마 미역국이 있으면 밥 반 공기라도 비워내기 때문이다. 마침 불려진 미역(며칠 전 미역냉국을 만들려고 한)도 있어 아침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해동 후 미역국을 끓이려 소고기를 펼쳐보니 국거리가 아니었다. 핏물이 다 빠지고 나서야 지난번 육회를 만들다 남은 것이 생각났다. 소고기 1/3만 미역국을 끓이고 나머지는 잡채를 만들기로 했다. 이 아침부터 갑자기 잡채 요리라니…….

♡ 당면을 한 움큼(5인분 정도) 집어 끓는 물에 10분 가까이 삶는다. (물에 불린 후라면 5분 정도, 잘 익지 않아 수시로 집어 쫄깃한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 냉장고에 마침 있는 채소를 채 썰어 순서대로 볶는다. 당근, 양파 그리고 버섯이 있어 다행이다.
♡ 소고기와 버섯은 참기름과 간장, 마늘로 미리 양념해 재웠다가 프라이팬에 볶는다.
♡ 양파, 당근 외에 푸른 채소가 없어 아쉬운 대로 청양고추라도 길게 썰어 살짝 볶았다.
♡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당면에 간장과 참기름으로 색을 내고 향기를 입힌다.
♡ 당면에 볶은 채소를 섞어 잘 흔들어가며 버무려 준다.
♡ 후추와 약간의 설탕으로 맛을 낸 후 깨를 뿌려 완성한다.

아주 오랜만에 잡채를 만들어 본다. 근래에는 추석이나 설 명절 때도 만든 기억이 드물다. 가끔 잡채가 먹고 싶을 때는 반찬가게에서 한 팩을 사다 먹었는데, 그것도 다 못 먹고 이리저리 덥히다 버린 기억이 많다. 집에서 만들 때도 당면 양을 가늠하는 게 참 어렵다. 한 움큼 집었다 부족하다 싶어 더 추가하면 여지없이 용량 초과였다. 양푼 한 가득 불어난 당면을 보고 입이 벌어진 적이 많았었다. 예전에는 잔치나 큰일이 있을 때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던 음식이었는데 그 귀함이 덜해진 것 같다.

고소한 향기 오르는 잡채 한 접시를 맛나다며 후딱 드시던 엄마 얼굴도 떠올랐다. 음식을 보면 늘 그리운 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해진다.

특별한 채소 없이 후딱 만든 잡채인데 꽤 맛이 났다. 참기름 냄새에 냉큼 달려온 잡채에게 잡채를 들이대며 장난을 쳤다. 잡채가 우리 집에 오기 전에 미리 지어 놓은 이름이었는데, 어쩜 이리 우리 잡채와 이름이 찰떡인지……. 다양한 채소들이 제 빛깔을 내며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내듯이 우리 잡채도 이름처럼 사랑받고, 귀히 여기는 강아지로 끝까지 불렸으면 좋겠다.

잡채와 잡채
엄마, 저에게 왜 그러세요?

냉장고 정리 도중 갑자기 만든 오늘의 뚝딱 요리, 잡채! 역시 만들길 잘했다. 참 잡채 동생을 입양할 경우에도 이름 걱정은 없다. 잡채 동생 이름, '당면'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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