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기대되는 이유
2021년 12월,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렸다.
상반기 겨울 내내 지겹도록 폭설 경험을 했을텐데, 유난히 반가웠다. 예쁜 쓰레기가 될지언정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을까 싶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커텐을 걷었다. 온 세상이 순수한 눈 결정체들로 뒤덮였다. 그 누구도 밟지 않은 골목 위로 눈은 겹겹이 쌓여갔다. 밤 하늘은 어둡고, 온 세상은 하얗고,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단전에서부터 설렘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에게만큼은 '첫눈'이었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설렘으로 시작했던 감정이 무언가 계획해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채워졌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띠'를 갖게 된다. 12년 주기에 따라 각각의 해에 동물 하나를 얻게 된다. 띠는 한 사람의 삶에서 성격과 사건의 깊은 관계가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가지의 띠를 갖게 된다고도 한다. 연도의 띠 이외에도 월(내면의 띠), 일(실제의 띠), 시(비밀의 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돼지띠 일 수도 있고, 용띠이기도 하며, 호랑이띠일 수도 있다. 정말 그렇다면 딱 한가지 바라는게 생겼다. 나도 '호랑이 띠'를 가지고 있으면 했다:) 어-흥
퇴사 후 독립꾼 선언을 하면서 한 해 마무리를 조용히, 경건하게 보내고 있다. 너무 조용한건 아닌지, 생각이 많은 건 아닌지, 그냥 백수로 지내는 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잘 아는 편에 속한다. ENTJ(MBTI 성형유형)로서, 대담한 통솔가이자, 단체 활동을 즐기며, 미래를 추구하고, 나무보다 숲을 보는 유형이다. 특히, 조직적이고 일과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더해 '소속이 주는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호랑이는 숲을 통솔하고, 맹수 중에서도 가장 용맹하고, 지혜롭다고 한다. 투지가 강하고, 주로 싱글 모드로 존재하긴 하지만, 스스로를 잘 지키는 맹수이기도 하다.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 호랑이 같은 독립꾼의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임인년의 새해가 더 기다려졌다.
15년 동안 기획자로서, 마케터로서 일할 동안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준건 '조직'이었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동료들의 역량을 믿고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었다. 그랬던 소속과 나에게 주어진 환경은 남김없이 사라졌다. 독립꾼 선언을 했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가져야만 했기에 스스로 동기부여를 만들어야했다. 결국, 소속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이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 조직을 만드는 것도 가능한게 아닐까? 나라를 빼앗겨 소총을 든 독립군들처럼 말이다.
2019년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배우 유해진은 '해철'이라는 무장 독립투사의 역할을 맡았다. 해철은 말했다. "나라 뺏긴 설움이 우리를 소총잡게 만들었다 이 말이야"라고 말이다. 독립군들은 저마다 헤쳐 모여 결국 독립 기지를 설립하면서 하나의 뜻을 모으기도 했다. '나라 뺏긴 설움'은 결코 아니지만,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파트너가 필요했기 때문에 투지를 만들어줄 소속을 만들고자 한다.
코리안 빈티지(Korean Vintage)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프릳츠 커피 컴퍼니'가 떠올랐다. 프릳츠 컴퍼니는 커피의 전문성만큼이나 직원들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회사인데, 네이밍이나 로고를 만드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한글 폰트로만 로고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실패했죠. 디자이너가 너무 심심하다고, 뭐라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주장했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그럼 아무거나 넣어라, 물개라도 상관없다' 했더니 디자이너가 그다음 날 정말 물개를 그려서 넣어왔습니다. '우연에 기반한 즐거움'이죠." - 책 <창업가의 브랜딩> 중에서 -
즐거움이 필요했다. 유튜브를 통해서 프릳츠 대표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볼 수 있었다. 언제나 커피에 대해 진심인 편인 그는 브랜드 만큼은 꽤 유연하면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것 같았다. 브랜드라는게 한 번 만들기 위해서는 감정, 철학, 사업의 방향, 비전 등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만들어야 함이 마땅할 테지만, 요즘 세상은 썩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프릳츠, 모베러웍스, 신사임당 등이 그렇다. 일단, 잘 하는 영역을 설정해보고, 하나씩 하나씩 퀘스트를 이어나가다 보면 브랜딩이 되어가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래, 한 번 따라해보자!
먼저 소속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일「브랜드, 마케팅, 광고」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크리에이티브의 신선함'이다. 캐릭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마침 새해가 호랑이의 해이고, 독립꾼의 투지와 호랑이의 힘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호랑이로 결정했다. 역시 안성맞춤이었다. 프릳츠처럼 '그냥 아무거나 넣자, 호랑이라도 넣지뭐'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호랑이의 순 우리말은 '범'이다. 호랑이는 한자어이고, 어흥이라고도 불렸다. 모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이 되어 있단다. 최근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했다. 판소리 수궁가(토끼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노래말을 적어봤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새 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르
흩이고 주홍 입 쩍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 홍앵앵앵 허는 소리
- 범 내려온다 가사 중 -
가사에서도 알수 있듯이 누가 뭐래도 사납고, 누군가에겐 무서운 존재였다. 그 만큼 맹수라는 건데, 나에게 만큼은 남다르게 들려왔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2022년 임인년의 주인공, 용맹함과 지혜의 상징으로서의 왕(王)이었다. 내 이름의 성도 '왕'... 검정색 줄무늬, 이마에 새겨진 왕(王), 전체적인 붉은 노란색 계열의 힘도 빼놓을 순 없다. 늠름한 수염은 좀 더 길게 뻗어, 힘있고 굳은 의지가 보였다. 그런 호랑이를 상징화해봤다. 사실, 이 모든 건 만들어 놓고 보니 의미가 더해졌다는 건 솔직한 고백이지만 뭐 어떤가, 일단 재밌자고 시작했으니까 만족스러웠다. 결과물을 공개한다.
나의 호랑이의 이름이 생겼다. 'SUPER TIGER'
독립꾼의 힘이 되어줄 우리의 범 호랑이를 소개한다.
앞으로의 상징이자, 독립꾼을 수호해 줄 'Super tiger'는 【브랜드】관련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캠페인을 실행하고,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에서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구매를 이끌고, 실무자들에게 긍정적 영감을 건네어 독립꾼없이도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직접 브랜드가 되어 '행복한 이야기를 말해보고 싶다!' 불안한 시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는 새롭게 태어났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갖는다. 이 모든것은 나의 바람이자, 다짐일지도 모르지만 뜻이 같은 독립꾼과 브랜드를 기다려본다.
호랑이 기운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듭니다.
TASK FORCE 우리는【왕조시대】
앞서 '나는 독립꾼입니다' 에서 선언했듯이 '왕조시대'는 싱글 모드와 팀 모드가 가능한 형태의 task force 형태의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회사 또는 프리워커 형태의 독립꾼들이 모여 브랜드와 고객과의 접점에서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쉽게 말하면, 프릳츠 커피 컴퍼니가 말하는 '기술자들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
기술자들의 공동체, 마케터, 디자이너, 브랜더, 기획자들이 모여 'Super tiger'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날이 올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캐릭터를 활용해서 '소속을 명시해줄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호랑이는 의외로 노란색 털이 아닌 붉은 노란색, 주황빛깔의 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약간의 컬러 조정을 더해 조금 더 활기가 있고, 생기넘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어쩌면 단순한 '명함'이다. 하지만, 직접 기획하고 만들다보니 더 애착이 간다.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독립꾼의 명함이다. 이 명함을 받고 2022년을 이끌어갈 호랑이의 기운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나 혼자 즐겁자고 즉흥적으로 시작해서 진지하게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은 아니었지만, 독립꾼 아닌가. "세상이 어지러운데 소총 한 자루 쥐었으니 일단 같이 가보자 이 말이야"라고 말하고 싶다.
2021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독립 노동자로서, '왕조시대'의 캐릭터를 만들고, 명함을 만들었다. 설렘보다 기대가 더 크다. 지금 그리고 새해에는 SUPER TIGER의 힘이 넘치는 2022년이 되길 바란다.
연락주세요. 마케터가 필요한 기업, 조직, 브랜드 캠페인/마케팅/광고가 필요한 브랜드 담당자 분들. 호랑이 기운 전달해드립니다. 어-흥
우리는 왕조시대
왕태일 DREAM | CREATIVE DIRECTOR, 프로젝트 독립꾼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