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태일 Dec 06. 2022

'육아'라는 새로운 자아

단아랑 아빠랑 ep.05

아이를 기르는 것

육아(育兒)



문득 궁금해졌다.

'육아'의 의미가 무엇일까? 나무위키엔 이렇게 쓰여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
'자식농사'라고 부르기도 함.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돌봄 노동'이라고도 한다.
순간적인 노동 강도 자체는 낮으나, 24시간 365일 대기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이런 말도 있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1년 365일 내내 쉬는 시간이 없는 직장을 갖는 일
-f.더드슨-


왜 갑자기, 육아의 의미를 찾았을까 싶지만 육아를 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 '메인 양육자'는 아니다. 아내가 '종일 육아'를 하고, 나는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적극 양육자'로서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출근은 했으나, 퇴근은 없고, 퇴근은 했으나 다시 출근이 이어지는 그런 반복된 일상을 보내는 직업이다.




그런데

'새로운 자아'라니?


아내는 가끔 아이를 돌보는 나를 보고 말했다. '태일씨 의외다!?'라고 말이다.

사실, 나는 '태초부터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남자'였다. 예쁜 아이를 봐도 무관심, 시큰둥, 공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의 울음소리에 조금 예민했다. 신경이 쓰이거나, 왜 울게 놔두는지 돌보는 양육자를 무심코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오직 '경험이 전무했던 나였고, 무관심이 아니라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정말 육아 세계를 모르니까 말이다.


지금은 당연히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눈앞에 아이가 움직이고 있고, 울고, 싸고, 먹고, 심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이제는 아빠를 인지하더니 나한테 다가온다. 그리고 손을 뻗으면 '안아 달라는 건가?' 싶을 정도로 두 팔을 올린 채 나에게 조금씩 다가온다. 


그런데 무슨 감정일까?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닌데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10000% 순도의 오직 아빠에게 의지하고, 바라보는 순수 결정체의 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행복'이었고, '설렘'이었을지 모른다.

이런 아이에게 딱딱한 '기획자'의 아빠는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그 기대만큼 자연스럽게 안아주고, 듣고, 바라봐주는 아빠를 원한 건 아니었을까?


보통 아이와 함께 할 때 '우리 부부'는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둘 다 흥이 많은 'E'(MTBI) 형의 외향적인 엄마, 아빠이다 보니 온 몸을 사용하는데 힘을 쓰고, 큰 소리를 내며 아이를 충분히 웃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로 만난 사이'라면 나는 조금은 딱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항상 정리정돈이 된 환경을 좋아하고, 약간의 긴장된 모습과 반듯한 이미지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3년을 같이 산 아내도 나의 본모습을 알긴 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나'에 대해서 조금은 의아했던 것도 이런 모습들이 교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정한 순간들이 있었다.

육아엔 '정리정돈'은 사치였고, 반듯한 '이미지' 또한 불가능했다. '긴장'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다.

결국 오롯이 아이의 순간적인 행동과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나는 새로운 자아'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키득키득 사운드북 읽어주기', '컵 쌓기 놀아주기', '보행기 태우기', '졸리점퍼 태우기', '이유식 먹이기' 등 육아할 땐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고, 호기심을 채워줘야 한다. 때문에 나는 내 몸을 최대한 크게 사용하고, 각종 다양한 동물, 식물, 외계인, 남자, 여자, 아줌마, 노인, 심지어 사물 소리까지 흉내를 내고 있다. 9개월째 진행 중이니까 어느 정도 해탈의 경지에 올라가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아내는 가끔 재밌어하는 것 같다.

잘 놀아주니까, 아이가 아빠를 좋아하니까 말이다.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전혀 아닌 나의 이상한 모습을 보는 아내는 조금은 다행이다 싶어 하는 것 같다.


@단아랑 아빠랑




우리는 다중이가

되어 가는 중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진심으로 아이와 함께 긴 시간 놀아다 주다 보면 갑자기 피곤함이 느껴질 때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었지? 하며 순간적인 '멍' 때림 증상을 느꼈다. 나도 그리고 아내도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갑자기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다가도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각자의 할 일을 하기도 한다. 뭐였을까. 우리는 구연동화를 읽어주는 엄마 아빠가 되었다가도, 살림을 하는 엄마, 일을 하는 아빠 그리고 부부이자 양육자가 된다. 큰 줄기는 하나지만 세부적으로 따지고 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다중이'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두꺼운 목소리로 '누구를 흉내 내는지 모르겠지만' 아내의 모습을 볼 땐 경이롭기도 했다. ''와.. 열심히네..'' ''나도 질 수 없지..?!''


어느 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아내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잠시 '서재'로 들어갔다. 펼쳐진 노트북을 잠깐 하다가 다시 거실로 나갔는데 아내는 얘기했다. 싸늘해진 얼굴로 말이다. ''갑자기 뭐야, 왜 들어간 거야?''...''응?''


딸 단아랑 함께 있을 땐 정말 행복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나무위키에도 정리가 되어 있듯이 어쩌면 '일'일지도 모른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거다. '일'할 때 웃는 '웃음'은 적당한 '연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


뭐 어쨌든, 우린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웃고, 떠들다가도 싸우고, 셋이 밥을 먹다가도 시끄럽게 사진 찍고, 녹화하며 하루를 이어갈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 개발을 하면서-


'육아'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캐릭터를 개발하는 일''

새로운 개념을 넣고 싶은 그런 밤이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

instagram, @baby.wangjo.jr


+


ep.01 그동안 육아 좀 해봤다.

https://brunch.co.kr/@theking/30

ep.02 나는 퇴근을 두 번 한다.

https://brunch.co.kr/@theking/31

ep.03 장모님, 우리 장모님

https://brunch.co.kr/@theking/32

ep.04 육아, '아빠'의 역할

https://brunch.co.kr/@theking/33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 '아빠'의 역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