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유방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 치료기
퇴원 1주 차 그러니까 수술 후 11일 차 날에는 암병원 유방 내분비외과 진료가 예약되어 있고 이 날 최종 수술부위확인 및 최종진단과 치료계획이 이루어진다.
수술 전 진단과 수술 후 진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수술 전 외래진료 시 2.9cm로 생각했던 종양이 막상 수술장에서의 크기는 3.2cm로 생각보다 컸다고 하셨다. 종양보다 크게 절제하므로 수술자국도 10cm는 되는 것 같다. 수술은 안내된 부분절제와 림프절 생검술로 진행되었고, 수술장에서 림프절 비대가 많아 여러 개를 검사하고 ‘전이 없음’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하셨다.
침윤성 유방암 2기, 크기: 3.2cm, 림프절 생검: 8개,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사람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음성.
최종진단에 따라 나의 치료계획은,
항암치료 4회(AC), 방사선치료 약 1달, 호르몬 치료 약 5년 순으로 결정되었고 방사선치료나 호르몬치료의 정확한 기한은 그때 가서 다시 보자 하셨다. 하긴 환자 상태에 따라 조금씩 기한이 변경될 수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뭔가 답답했다. 앞으로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에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유방암 진단을 받으며 아예 안 찾아봤다는 건 거짓말이고 국가암센터 자료등 몇몇을 살펴보며 만만하지 않은 여정이 펼쳐지겠구나 예상은 했지 않은가!
너무 빠릿빠릿 요리조리 시간 재고 순서정해가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 이제 동동거리며 살지 말고 물 흐르듯 느긋하게 살아보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나에게 선사하자!
생애 첫 항암치료, 새로운 길에 들어서다.
1차 시행일: 25년 1월 16일(수술 후 3주 차 주간)
즐겁게 먹은 것을 토해내는 수고를 싫어하는 지라, 치료계획을 듣는 날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방지패치(산쿠소)를 처방해 주셨다. 항암치료 전날 아직 가용범위가 시원찮은 팔로 하세월을 자랑하며 샤워 후 지시대로 부착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날것을 못 먹는다 하니 최후의 만찬은 아니지만 약간 그런 느낌으로 당분간 안녕할 메뉴인 회를 배달시켜 와인을 한잔 곁들었다. 당분간 내 너희를 그리워만 하리라는 비장한 각오를 담고.
당일 아침 9시. 암 수술로 체력은 바닥이었지만 오늘을 위해 칩거하며 조신하게 지냈는지라 감기 없이 무사한 컨디션으로 도착하였고, ‘뭘 굳이, 주사만 맞는 건데‘ 했던 내 의견과는 달리 짝꿍이 동행해 주었다. 진료 후, 항암화학요법에 따른 관리 교육, 영양교육이 각각 있었다.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은 너무 다양하고 개인적인 것이라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나타날지 모르며 심각한 수준으로 가기 전에 대처 요령과 관리방법은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불과 한 달 전 수술을 준비하며 혼자 병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처리하던 그때의 내 상태가 아니었다. ‘뭘 굳이’라는 생각을 뒤로하고 끝까지 우겨서 보호자가 동행하여 같이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이 글을 읽으며 첫 항암화학요법을 앞두고 계신 환우님이라면 이번만큼은 꼭 함께하시길 추천한다. 또한 암병원 치료진 모두 언행이 꼼꼼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셔서 몸도 마음도 소진되고 있는 내겐 너무 감사했다. 그간 혼자, 알아서,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해 온 나는 암을 계기로 조금씩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기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거 같다.
주사는 전처치(구역구토방지제)- 아드리아마이신(30분), 사이클로포스타마이드(30분) 순이다.
내 경우는 케모포트 삽입 없이 베터랑 간호사들이 있는 암병동 통합주사실에서 정맥주사로 시행되었다. 아드리아마이신의 위험도는 혈관으로 새어나오면 피부를 괴사시킨다며 어마무시한 멘트였지만 교수님 환자에서는 아직 잘못된 일은 없었다고 하니 안심하고 4번을 위해 케모포트는 좀 비효율적이긴 하지. 오케이.
혈관이 잘 안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역시 암병원 베테랑 간호사님은 한 번에 쑥 약간의 통증만 안겨주었고 주사액이 들어가는 동안 대기하며 수시로 혈관을 체크해 주셔서 안심이었다.
다 맞고 나니 11시 30분.
한 나절이 필요하구나.
유방암환자들 사이에 심한 부작용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시무시한 빨간약, 아드리아마이신으로 인해 소변이 붉게 나오고 사이클로포스타마이드는 방광의 혈관을 약하게 할 수 있어 피소변이 나올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물을 많이 마시라는 간호사의 팁을 뒤로하고 주사실을 나서는데 뭔가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자가운전은 어려웠겠구나, 혼자 온다면 택시 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5년 지기 짝꿍은 요즘 부쩍 든든해져서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는데 어디 사람일이 그런가… 또 모를 일이지…라고 작게 속삭였다. 그냥 ‘고마워’하면 될 것을. 다시 생각하니 내 말만 했네. 미안하군.
어지러움등 부작용이 더 나타나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고 미리 찜해둔 식당으로 가는 길에 삭발식 이야기를 하다 짝꿍은 못 참고 운전대를 잡은 채 대성통곡을 했고 미안함과 고마움에 나도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암을 알고 함께 운건 처음이었다. 과학이 잘 발달된 시대로 표준치료가 행해지는 유방암에 걸린 게 관계 및 자기 돌봄 태도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닌가 보다 하고 자위해 본다. 물론 이런 경로로는 안 들어서 서는 게 최고다.
수십 번 고민했는데 항암화학요법 후 당일 유방암면역재활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어떤 증상이 나올지 모르고 더군다나 응급상황대처도 걱정이 되었고 아무래도 가족과의 생활에서는 여러 가지로 서로 부담이 될 수 있고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알아봐 두었던 것이다. 다행히 유방암관리가 가능한 암요양병원이 집 근처 이동거리상 용이한 곳에 있어서 예약해 두었다. 내 특성을 고려해서 2인실로.
2시에 입원을 위한 진료를 볼 때는 어지러움, 울렁거림, 무릎 시림을 보고했다. 이는 약물 부작용의 시작일 뿐 해가 떨어지자 여러 통증과 불편감들이 몰려왔다 사라지곤 했는데 잠시 잠들었다가도 메슥거리고 울렁거려 잠에서 깰 정도였다.
항암화학요법 당일 나의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추가되었고 강도는 올랐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서서히 내려가는 양상이었다. 밤새 입에서 저절로 끙끙 소리가 나왔고, 그나마 혼자 방을 써서 실컷 끙끙거릴 수 있어 감사했다. 암면역재활요양병원 입원 시점을 당일 할까 다음날 할까 고민했던 과거의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그날 들어가는 거다. 고민 말고 당일에!
지금은 낮이라 조금 살아났는데, 2일째부터 부작용이 심하다고 한다. 부디 오늘 밤도 무사하기를.
유방암면역재활병원 생활기와 2차 항암전 일상에서의 사유들을 바로바로 글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