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에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은평 뉴타운의 한 화원에서 귤 나무를 한 그루 데려왔다.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기름진 상토를 듬뿍 담아주신 덕인지, 나무는 잎갈이를 한 번 심하게 한 것 외에는 무럭 무럭 자라 주었고, 두 번의 겨울을 지난 봄 드디어 제법 알이 굵고 탐스러운 금귤을 수확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간 나무에 열심히 물을 주고 예뻐해 준 주원이에게 앞치마를 둘러 주고 귤을 딸 수 있는 영광을 수여했다. 수확한 귤은 깨끗이 씻어 동량의 설탕에 조물 조물 비벼 청을 만들었다. 양이 많지 않아 일산 할머니 댁에 갈 때 가져다 드렸다.
흙 한번 보충해 주고 수돗물만 열심히 부어 주었을 뿐인데, 잘 자라 이렇게 귀한 열매를 내어주는 나무가 고맙다. 주원이에게 늘 식물에 물 주는 일을 부탁하는 것도, 묵묵하게 거기에 있는 존재들도 하루 하루를 살아 간다는 것, 돕고 도움 받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