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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Sep 22. 2020

육아의 묘미

초여름 밤. 부른 배를 안고 한강을 걷는다. 코로나 때문에 한창 붐빌 야외 수영장이 텅 비어있다. 편의점에서 각자 취향대로 한 병씩 집어들고 강이 바라다보이는 계단에 걸터앉았다. 강바람이 서늘해서 챙겨온 담요를 꺼내 주었더니 슈퍼 영웅처럼 망토로 묶어 달란다. 덕분에 보온성은 없어 보이지만.

성큼 여름이 왔던 것도 잊을 만큼 시원한 밤바람을 들어마시며 과분하게 좋은 시간을 보내던 것도 잠시, 똥이 마렵다는 소리에 급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순간을 즐기자.


편하고 좋은 시간이 짧고 귀하다는 것이 바로 육아의 묘미인지도 모른다. 벌써 재미없어졌을 인생이 다시 새삼스러워지는 것. 예전에 지루해져버린 데이트 코스가 새로워지기도 하는 것.

남과 여에서, 아빠와 엄마가 된 연인은 이제 조용히 강물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한 것을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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