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과 스카이리프트
채용이 있어 휴일 오전 근무를 하고 돌아온 남편이
모처럼 맘에 드는 제안을 한다.
"가을인데, 우리 대공원 갈까?"
중학교 1학년 가을,
백일장을 치르기 위해 들렀던 대공원에서
우연히 리프트를 타고 내려온 이래
나에게 '대공원'과 '리프트'는
늘 같은 것을 주문해도 매번 꽤 큰 만족감을 보장하는
치즈버거 세트와도 같았다.
남편을 만나 나만의 소확행이었던 일을
둘이서 함께하게 되었고
우리는 거의 매년 가을이면 대공원에 들러
동물은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리프트를 탔다.
이제는 셋이 되어 함께하는 가을 소확행.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들른 대공원에
올해도 들러 리프트를 타고
해질녘 호숫가를 건너며
역시나, 꽤 만족스러운 하루라고 이야기한다.
즐거운 리프트를 타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은 가을일 것,
햇볕에 시트가 데워지도록 날은 적당히 따사로울 것,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하행선에 오를 것.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모두 함께,
다시 올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