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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삶 Jun 25. 2020

애착 물건

집착인가 애착인가

집에 물건을 하나하나 고심해서 들여다 놓으면서

각자 좀 더 애착을 갖고 관리하고, 챙기는 물건들이 생겨났다.

문득 서로 다른 애착을 가진 게 재밌어서 기록해본다.


처음 애착 물건을 떠올렸을 땐 새로 들어오는 물건마다 애착 물건이 되었다.


아일랜드 레인지장이 처음이었고, 침대, 옷장, 식탁, 의자가 그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샀던 식탁과 의자도 애착 물건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다.


일단 나는 침대를 굉장히 굉장히 아낀다.

집에 들인 물건 중에 잘 샀다 1등, 최고다. 1등은 역시 침대다.

엄청 많이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매트리스를 샀고, 남들은 볼 때마다 진짜 크다고 하는데 진짜 커서 더 마음에 든다. 아무튼 침대 최고다 최고


근데 이건 배우자도 마찬가지니까,

오로지 내가 좀 더 애착을 가진 물건은 다름 아닌 세탁기가 아닐까 싶다.

배우자는 건조기다.


나는 세탁기에 들어갈 세탁물 관리, 세탁기 사용 후 물 빠짐, 세탁기 사이사이에 물기 닦아주기는 꼭 한다. 소중한 세탁기에 물때가 끼면 안 되기 때문!!!

왜 세탁기에 애착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심지어 세탁기는 배우자가 모델, 색깔, 크기, 결제 다 했다. 나는 그저 받기만 했을 뿐인데

세탁기는 물때가 끼면 안 되고 바로바로 정리해줘야 된다.


배우자는 건조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건조가 끝나면 건조기 먼지 정리, 물통 정리를 꼼꼼하게 한다. 건조기 소음 관리에도 신경 써서 고장 나면 바로 신청할 기세다.


애착이 아니라 집착 같은 가전 관리는 좀 슬프니까, 정말로 좋아하는 물건을 떠올려본다.


나는 다시 생각해도 침대 같지만, 배우자는 나보고 티브이라고 할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티브이라기 보단, 티브이와 러그 및 쿠션 같은 티브이 방 전체의 안락함 같다.

옷방에 짐이 쌓일지언정 티브이 방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된다. 오로지 안락함만을 위한 것들만 있어야 되고 잘 정리되어있으면 편안함은 더 커지는 공간이다.

처음엔 바보같이 보일러가 잠겨있어서 냉골 같은 방이기도 했는데, 이제 그렇지도 않아서 한층 더 안락한 티브이 방이 되었다. (이하 누구 방, 내방, 티브이 방이라고 칭한다.)


배우자의 정말로 좋아하는 물건은 아마 드립 커피세트인 것 같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커피포트와 드립 기구들을 척척 사고 자동 커피 그라인더도 샀다!

덕분에 편안한 카페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나도 만족스럽다.

배우자는 드립 커피를 연구하면서 기구들에 애착 갖고 잘 정리한다.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알아서 하게 된다.


아직 사지 못한 물건들이 있어서 더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우리의 넘버원은 역시 침대가 아닐까.


거실의 서재화를 꿈꾸던 배우자도 별 수 없다.

피곤함 앞에 식탁에 앉기보다 침대를 찾게 되니 하하하!


소파를 사서 안락함의 세계로 이끌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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