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문학동네 (2024)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다가 김기태 작가의 이름을 발견했다. 202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들 중에서 「보편 교양」을 인상 깊게 읽었던지라 흥미가 갔다.
유일무이하다, 고 생각했다. 지금, 한국의, 우리를, 이보다 더 깊이 있게, 더 위트 있게, 더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지극히 현실적 지금의 우리를 그리고 있는데도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질문에 도달할 수 있을까?
분명히 비판적인데 비관적이지 않다. 건조하게 요약하듯 누군가의 생을 풀어나가다가 픽픽 실소를 터뜨리는 일상의 장면들을 넣어가며, 차갑고 힘든 현실에서 따뜻한 마음들을 읽어가는 작품들.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을, 나도 갖고 싶다고 생각한 한국 작가는 처음인 것 같다.
소설집의 작품 배치도 훌륭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입맛을 확 돋우는 단편 소설 「세상 모든 바다」와 「롤링 선더 러브」가 가장 먼저 독자를 반긴다. 재밌다, 하며 읽어나가다가도 중간중간 멈춰 서서 곰곰이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들. 그리고 그 주제를 전달하는 화자마저도 영리하게 구상되어 독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층위. 짜릿해서 어깨가 움찔움찔거렸다.
「전조등」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마음이 움직이는 소설들이다.
소설의 해설을 쓴 이희우 평론가는 「전조등」의 화자의 "시야는 전조등에 의지하는 어두운 밤길처럼 명료하면서도 좁은 것이 된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소소하다고 칭해지는 한 줌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잠깐"이라는 아내의 한 마디에 담긴 불안, "한 인간의 본질을 예고하는 구체적인 징후들"을 포착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똑바로 뜨"느라 안간힘을 쓰는 일상. 깊이 공감했다. 비록 나는 여자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가난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우리를 그렸다. 나는 희망이 필요할 때마다 이 단편을 찾아 읽게 될 것이다.
내게 가장 놀라웠던 작품은 「팍스 아토미카」였다. 작가의 역량이 폭발하는. 가장 김기태스럽다고 느껴진. 클리셰적이라고 느껴진 한 개인의 서사가 핵과 항공기라는 소재로 연결되면서, 개인의 강박이 세계의 폭력으로 뻗쳐나간다. 그 와중에 "사랑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와 같은 문장이라니. 감탄하며 다다른 마지막 활주로의 결말은 통찰력이 어떻게 예지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모든 강점들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은 小說이었다. 나는 김기태 작가에게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 그의 소설이 점점 더 커지길, 무한히 팽창하길, 그래서 어떤 정점에 이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