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접어두기
선택의 기로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깊은 고민에 빠진다. 대부분의 경우 해야 할 일을 먼저 선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 현실이거나 장기적인 커리어를 고려한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깊이 고민해서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일상의 작은 예를 들어보자. 야식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밤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는 금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야식의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밤늦은 시간의 작은 만찬이 주는 위로를 거부하기 어렵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역시 대체식을 찾아보지만, 결국 본래의 맛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건강식에 가까운 식단으로 타협점을 찾으려 애쓴다.
체중 감량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는 사람에게는 정해진 금기 식품군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참아내고 인내하며 타협한다. 생활에서도, 삶의 가치 판단에서도 종종 선택의 기로에서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잠시 접어두고 기다리며 도전한다.
어쩌면 잘 참아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기복 없이 선택의 기로에서조차 흔들림 없이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강력한 내공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나는 어떤 난관을 마주할 때면 서둘러 속상한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수업이나 일에 집중하거나, 감정을 내려놓으며 일상생활을 선택한다. 감정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의지를 갖기 위해서다.
보통 사람들과 마주한 시간들 속의 대화 주제나 그날의 사건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대부분 잊히고 지나간다. 그러나 그날의 감정과 분위기, 혹은 그 사람의 매너나 사용된 언어들처럼 감정선에 각인된 것들은 지나가는 일이 되지 않는다.
하루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날의 사건사고 역시 지나가고 잊힐 일들이 많다. 그렇지만 감정의 색채는 더 먼 날에 강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정은 믿을 수 없다.
나의 컨디션이나 생각의 틀 안에서 나 역시 너무도 가변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의 반 타의 반, 감정의 메아리는 언제나 이렇게 자유로이 떠다니는 듯하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과 매일의 선택에서 감정과 이성의 괴리를 좁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따른 섣부른 선택이나 판단은 결국 좋지 않다. 잠시 접어두고, 혹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필요하다.
결국 ‘잠시 접어두기’는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삶의 자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