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현명하게 이겨내기

나약하지 않다고 보내는 신호 - 번아웃

by 마로

2021년 12월 16일을 잊지 못한다.

공황장애 때문에 어디 취업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라

뭐든 해보잔 생각으로 집에서

자기소개서 첨삭을 했었다.

그 일이 나에겐 세상과 이어지는 거의 유일한 끈이었다.


그날 자기소개서 첨삭 의뢰가 들어왔다.

대학교 교직원인데 다른 학교로 이직을 하기 위한

자소서를 쓴다 하셨다.


돈을 받았으니 누구보다 완벽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의뢰자는 세 줄짜리 자기소개서만 보내왔다.

전형적인 '엄격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라...*&$%'


나는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 소재를 위한

질문 열 개를 보냈다. 질문에 답해주시면

취합해 다듬어보겠다고


그랬더니 돌아온 말은 이랬다.

“어디서 가르치려 드세요?”

“감히 네가 나한테 질문을 해요?”


순간 손이 떨렸다.

그는 나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난 뭐가 미안한지도 모른 채 미안하다 하며

환불해 줬다.


그 이후로 멘털이 완전히 무너졌다.


열심히 하려던 나 자신이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일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울 일이었나…

그런데 나는 삼일을 울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었다.

열심히 한 나를 철저히 무시하는

그 무서운 단어


남편이 출근하면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밥도 못 먹고 아무 말도 하기 싫고

그냥 멍하니 천장만 봤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고장 난 느낌이었다.


그때의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밤새워 일했고 완벽하려 애썼고

그게 결국 나를 무너뜨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환불해 주고 욕 한 번 했어도 됐어.
그게 잘못이 아니었어.
그 일보다 네가 훨씬 더 소중했어.”



이건 의학적 조언이 아닌

번아웃을 지나온 나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번아웃을 오지 않게 혹은 현명하게 지나가는 방법


1. 하루 1~2가지의 일만 하기

‘오늘은 이것 하나면 됐다', 미룰 수 있는 일이라면 하루는 괜찮다.

나에게 많은 기대를 하다 보면 엎어지기 마련이다.


2. 쉬는 나를 죄책감 없이 바라보기

쉬는 건 멈춤이 아니라 회복이다.

쉬는 나를 한심하게 보지 말자.

쉼 없이 뛰어가기엔 레이스는 너무 길다.


3. 진심이 부서진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복구는 멈춤에서 시작된다.

누워 있는 것도 회복의 시작이다.


4.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기록하기

정말 작은 거라도 좋다. 오늘 뭐 했는지 기록해 보자

아무것도 안 했다 생각하지만

양치도 했고 밥도 먹었고

난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했다.


번아웃은 게으름이 아니다.

마음이 보낸 SOS다.

또, 이제 좀 쉬자고 쉬자고 보내는

마음의 절규다.


그날 이후 나는 배웠다.

나를 지키는 일은 나 말고는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는 걸.

이전 07화몇 번이고 확인해야 안심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