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선물 문화는 참 재미있는 것 같아. 누구냐, 어느 상황이냐, 어떤 관계냐, 목적이 뭐냐에 따라, 감으로 언제 빈손으로 가면 안 좋은지, 그래도 되는지 알게 되는 거 같지? 답례용 선물 (주로 먹거리?)이 보편화되었는지, 온라인 쇼핑 카테고리기도 하더라. 나도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려서, 택시 기사님이 핸드폰을 돌려주러 오시는 길에 고마운 마음에 주스 한 박스를 산 기억도 나네.
뭘 사도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혹은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즐거울 수 있는 우리 문화도 참 특별한 것 같다.
아무튼, 한국에 돌아오면서 뭘 사 가야 하나 고민하는 게 나만은 아닌 거 같아서 내가 귀국할 때 뭘 준비해 갔는지 알려줄게. 이번에는 그냥 여러 가지 먹는 걸로 많이 가져갔어.
1. 치즈들
가장 네덜란드스럽고 (나름의 몇 안 되는 특산물이지) 누구나 한번 먹어볼 만하지? 조심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에 반입하려면 조건이 있다는 점이야.
1) 우선 무게가 1kg 내이어야 해
2) 멸균된 제품이어야 하고, 그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라벨이 붙어 있어야 해 (가정에서 만든 것, 마켓에서 파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
3) 그리고 진공포장이 되어 있어야 해
우리는 Alexander Hoeve (알렉산더 후브)라는 치즈 전문점에 갔어. 치즈 기념품 숍보다 더 품질 좋은 치즈를 거품 없는 가격에 살 수 있고 아무래도 슈퍼마켓인 알버트 하인보다는 종류가 다양해서 추천해. 무엇보다, 저울에 재서 여러 가지 맛을 소량씩 살 수 있고 진공포장이 되고 라벨을 찍어줘서 좋아.
냉장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치즈로 우리는 이렇게 사갔어.
- 하우다 (Gouda) 용 (Jong) 치즈: 부드럽고 살짝 단 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네덜란드 치즈
- 일반 용 치즈에 트러플을 넣은 트러플 치즈: 향이 아주 고소하지
- 2년 / 4년간 숙성한 치즈: 나도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그 맛이 정말 특별했어. 와인처럼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지고 첫 맛과 끝 맛도 달라서 조금씩 와인과 같이 먹으면 재밌겠더라. 과일 맛, 풀 향, 건과일 맛이 나던데, 역시 발효의 세계는 놀라워 ㅎㅎ
예전에도 라벤더 치즈, 염소치즈 뭐 여러 가지 사 갔었어. 특이하니까.
그래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빵에 얇게 썰어 먹는 용 카스 나 아우드 카스 (Jong Kaas, Oud Kaas -숙성기간이 짧으면 부드럽고 약간 달고, 숙성기간이 길면 더 고소해) 주로 먹는데, 프리즐란드 치즈는 더 달다고 하더라. 그리고 염소 치즈도 항상 많이 보여.
사실 치즈의 종류로 보면 주변 나라만큼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만의 방식이 있고 초원이 달라서 그런지 그 맛은 다른 치즈랑은 다른 것 같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가장 그리운 게 자기네 치즈라고 하대.
참 그리고 세관신고는 꼭 하고, 조건만 맞는다면 (내가 본 규정이 바뀔 수 있으니 올 때 확인해 보고 사~) 관세 내지 않고, 검사받고 들어오면 돼. 관세 담당하시는 분이 살라미 같은 축산물은 멸균되고 라벨이 붙어도 반입이 불가능한데 치즈만 된다고 하시더라. 참고해~
2. 이탈리안 식료품
수입된 올리브오일이나 발사믹 비네가는 우리나라 유통가격을 알아보니 너무 비싸더라. 뭐, 네덜란드에서 산다고 저렴한 건 아니지만 선물로 사볼 만한 것 같아. 암스테르담에 페두치메르카토 (Feduzzi Mercato)라는 식료품점이 마치 이탈리아에 온 것처럼 좋아. 이탈리아 음식도 포장 판매하고 (그래서 들어서면 이탈리아 음식 냄새 때문에 더 현지인 것 같을 수도!), 여러 제품도 많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알려줘. 예를 들어
- 발사믹 비네가가 8년 이하면 숙성시킨 게 아니라, 설탕을 넣어 공정해 나온 제품이라는 점 (그러니 8년 이상 숙성된 제품을 살 것)
- 대부분의 트러플 오일에는 트러플 대신 화학 향료를 넣는다는 점
- 수많은 올리브오일이 블렌딩된 제품인 점 (블렌딩 위스키나 커피 빈처럼 여러 가지를 공장에서 섞어 만드는 게, 아무래도 품질면에서는 뒤떨어지지) 이런 거 나도 배웠어.
- 참, 트러플도 요새는 양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네덜란드에서도 만든대. 하지만 그 모양도 플라스틱 같고, 식료품 점에서는 '진짜'를 살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지 않는 게 좋겠지~
3. 네덜란드의 명화 굿즈
네덜란드 출신의 유명한 화가들이 많지. 반 고흐, 렘브란트, 베르메르, 몬드리안... 명화가 그려진 뭐든지가 선물하기 좋은 것 같아. 아래는 산책하다 발견한 카페에서 득템한 초콜릿 바들. 뮤지엄 숍에 가거나 백화점에 가면 여러 가지 제품이 많이 나와있어. 심지어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받는 반 고흐 감자칩도 있더라.
4. 같이 만들어 먹어보면 재미있는 네덜란드 베이킹 키트나 양념 키트
네덜란드의 전통과자인 쿡 (Koek)이나 빵 같은 걸 가져가도 좋지만 이번에는 이런 키트를 사봤어. 직접 만들어서 같이 해먹으려고. 베이킹 키트는 1-2유로면 살 수 있고 레시피만 따라 하면 현지 맛이 나오니까. 근데 단점은 나름 무겁다는 점!
토니스 초코론리 (Tony's Chocolonely), 스트롭와플 (Stroop Waffle), 네덜란드 전통주이자 '진'의 원조인 예네버 (Jenever)도 부담 없이 사서 가져가기 좋아.
그러고 보니 다 먹는 얘기네. 그래도 먹는 거만큼 주기 편한 선물도 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