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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Nov 01. 2021

귀국할 때 선물로 뭘 가져가지?

우리나라의 선물 문화는 참 재미있는 것 같아. 누구냐, 어느 상황이냐, 어떤 관계냐, 목적이 뭐냐에 따라, 감으로 언제 빈손으로 가면 안 좋은지, 그래도 되는지 알게 되는 거 같지? 답례용 선물 (주로 먹거리?)이 보편화되었는지, 온라인 쇼핑 카테고리기도 하더라. 나도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려서, 택시 기사님이 핸드폰을 돌려주러 오시는 길에 고마운 마음에 주스 한 박스를 산 기억도 나네.


뭘 사도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혹은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즐거울 수 있는 우리 문화도 참 특별한 것 같다.


아무튼, 한국에 돌아오면서   가야 하나 민하는 게 나만은 아닌 거 같아서 내가 귀국할 때  준비해 갔는지 알려줄게. 이번에는 그냥 여러 가지 먹는 걸로 많이 가져갔어.


1. 치즈들


가장 네덜란드스럽고 (나름의 몇 안 되는 특산물이지) 누구나 한번 먹어볼 만하지? 조심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에 반입하려면 조건이 있다는 점이야.


1) 우선 무게가 1kg 내이어야 해


2) 멸균된 제품이어야 하고, 그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라벨이 붙어 있어야 해 (가정에서 만든 것, 마켓에서 파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


3) 그리고 진공포장이 되어 있어야 해


우리는 Alexander Hoeve (알렉산더 후브)라는 치즈 전문점에 갔어. 치즈 기념품 숍보다 더 품질 좋은 치즈를 거품 없는 가격에 살 수 있고 아무래도 슈퍼마켓인 알버트 하인보다는 종류가 다양해서 추천해. 무엇보다, 저울에 재서 여러 가지 맛을 소량씩 살 수 있고 진공포장이 되고 라벨을 찍어줘서 좋아.


냉장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치즈로 우리는 이렇게 사갔어.


- 하우다 (Gouda) 용 (Jong) 치즈: 부드럽고 살짝 단 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네덜란드 치즈


- 일반 용 치즈에 트러플을 넣은 트러플 치즈: 향이 아주 고소하지


- 2년 / 4년간 숙성한 치즈: 나도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그 맛이 정말 특별했어. 와인처럼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지고 첫 맛과 끝 맛도 달라서 조금씩 와인과 같이 먹으면 재밌겠더라. 과일 맛, 풀 향, 건과일 맛이 나던데, 역시 발효의 세계는 놀라워 ㅎㅎ


예전에도 라벤더 치즈, 염소치즈 뭐 여러 가지 사 갔었어. 특이하니까.


그래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빵에 얇게 썰어 먹는 용 카스 나 아우드 카스 (Jong Kaas, Oud Kaas -숙성기간이 짧으면 부드럽고 약간 달고, 숙성기간이 길면 더 고소해) 주로 먹는데, 프리즐란드 치즈는 더 달다고 하더라. 그리고 염소 치즈도 항상 많이 보여.


사실 치즈의 종류로 보면 주변 나라만큼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만의 방식이 있고 초원이 달라서 그런지 그 맛은 다른 치즈랑은 다른 것 같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가장 그리운 게 자기네 치즈라고 하대.


포장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뭘 살지 모르겠다면 시식해 보고 원하는 만큼 소분해서 사면 더 좋겠지
왼쪽은 2년/4년 숙성된 치즈. 수분이 없어져서 잘 부스러지는 형태야.

참 그리고 세관신고는 꼭 하고, 조건만 맞는다면 (내가 본 규정이 바뀔 수 있으니 올 때 확인해 보고 사~) 관세 내지 않고, 검사받고 들어오면 돼. 관세 담당하시는 분이 살라미 같은 축산물은 멸균되고 라벨이 붙어도 반입이 불가능한데 치즈만 된다고 하시더라. 참고해~


2. 이탈리안 식료품


수입된 올리브오일이나 발사믹 비네가는 우리나라 유통가격을 알아보니 너무 비싸더라. 뭐, 네덜란드에서 산다고 저렴한 건 아니지만 선물로 사볼 만한 것 같아. 암스테르담에 페두치메르카토 (Feduzzi Mercato)라는 식료품점이 마치 이탈리아에 온 것처럼 좋아. 이탈리아 음식도 포장 판매하고 (그래서 들어서면 이탈리아 음식 냄새 때문에 더 현지인 것 같을 수도!), 여러 제품도 많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알려줘. 예를 들어 


- 발사믹 비네가가 8년 이하면 숙성시킨 게 아니라, 설탕을 넣어 공정해 나온 제품이라는 점 (그러니 8년 이상 숙성된 제품을 살 것)


- 대부분의 트러플 오일에는 트러플 대신 화학 향료를 넣는다는 점


- 수많은 올리브오일이 블렌딩된 제품인 점 (블렌딩 위스키나 커피 빈처럼 여러 가지를 공장에서 섞어 만드는 게, 아무래도 품질면에서는 뒤떨어지지) 이런 거 나도 배웠어.


- 참, 트러플도 요새는 양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네덜란드에서도 만든대. 하지만 그 모양도 플라스틱 같고, 식료품 점에서는 '진짜'를 살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지 않는 게 좋겠지~

병이 많아서 짐 쌀 때 신경 많이 썼지! 그래도 다 잘 도착했어.


3. 네덜란드의 명화 굿즈


네덜란드 출신의 유명한 화가들이 많지. 반 고흐, 렘브란트, 베르메르, 몬드리안... 명화가 그려진 뭐든지가 선물하기 좋은 것 같아. 아래는 산책하다 발견한 카페에서 득템한 초콜릿 바들. 뮤지엄 숍에 가거나 백화점에 가면 여러 가지 제품이 많이 나와있어. 심지어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받는 반 고흐 감자칩도 있더라.



4. 같이 만들어 먹어보면 재미있는 네덜란드 베이킹 키트나 양념 키트


네덜란드의 전통과자인 쿡 (Koek)이나 빵 같은 걸 가져가도 좋지만 이번에는 이런 키트를 사봤어. 직접 만들어서 같이 해먹으려고. 베이킹 키트는 1-2유로면 살 수 있고 레시피만 따라 하면 현지 맛이 나오니까. 근데 단점은 나름 무겁다는 점!


같이 넣어야하는 신선재료가 우리나라에서도 구하기 쉬운 걸로 샀어. 그래서 구한 게 보터쿡(버터 맛의 케이크)하고 크라우드케이크 (계피맛 진한 케이크) 키트야.

토니스 초코론리 (Tony's Chocolonely), 스트롭와플 (Stroop Waffle), 네덜란드 전통주이자 '진'의 원조인 예네버 (Jenever)도 부담 없이 사서 가져가기 좋아.


그러고 보니 다 먹는 얘기네. 그래도 먹는 거만큼 주기 편한 선물도 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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