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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Dec 20. 2021

암스테르담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발견하다  

네덜란드의 코로나마스

12월 19일 일요일 새벽 5시부터 또다시 락다운 레벨을 상승시킨 네덜란드 정부. 옴니크론 변이에 준비하기 위해서라며 바로 토요일 저녁에 발표했어. 당장에 생필품 제외한 모든 가게는 문을 닫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 (레스토랑, 학교, 문화시설, 회사 등) 다 문을 닫았어.


이 새로운 코로나 정책이 나오기 전, 정말 타이밍이 좋게 시느 (Sinne)라는 레스토랑에 갔어. 한참 락다운이 심할 때가 올해 초 우리 결혼기념일 즈음이었거든. 그 당시 배달시켜 먹은 레스토랑 중 가장 괜찮았었어. 여러 가지 재료를 설명서에 따라 우리가 직접 오븐에 넣고, 익히고, 플레이팅 해야 해서 밖에서 먹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든 음식들이 정말 색다르게 조리되어서 그게 그거인 것 같은 요새 우리 식단에 대비해 신선했지.

설명서 대로 따라해서 만든 '시느' 스타일 배달음식. 번거롭기는 해도, 해볼 만 해.

백신 접종 후 락다운이 조금 풀렸을 때, 레스토랑들이 오후 5시까지 열 수 있었거든 (그나마도 8시에서 5시로 당겨진 것). 그래서 요새는 점심을 거하게 몇 코스로 먹는 '던치' (Dunch: Dinner + Lunch) 모임이 인기였어. 점심은 생 식빵에 치즈 한 장 올려먹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변화지. 우리도 '던치' 삼아 추억의 시느를, 이번에는 레스토랑 안에서 경험하려고 예약을 했지. 예약을 안 하면 레스토랑은 꿈을 못 꿔. 계획적인 네덜란드 문화에 모든 사람들이 다 그동안 그리웠던 (?) 외식을 하려니. 우리도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테이블이 나와서 가게 되었네.


이곳의 크리스마스 시즌도,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과 잘 먹고 잘 마시는 게 가장 중요한 지라. 우리 둘만의 오붓한 던치가 기대되었지.


시느는 스웨덴어로 '센스', '무드',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고 하네. 프랑스식, 지중해식, 아시안식 맛을 다 아우르는 메뉴가 좋고,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기네 만의 요리를 하는 게 좋아. 미슐랭 별 하나 짜리 레스토랑이라는데, 가격도 일반 외식비랑 비슷해 (뭐, 그래도 비싸 ㅎ 암스에서 코스요리 외식은 대부분은 70유로 이상인 것 같아. 그래도 크리스마스니!).


4코스 요리 (서프라이즈 메뉴까지 합치면 6개의 요리가 나왔어)의 '메인'은 갈비 부위에 김치 깨가 뿌려진 요리였거든. 꼭 한국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생각한 건 착각은 아닐 거야. ㅎㅎ 팽이버섯을 구운 것, 흑마늘 맛이 나는 소스가 한국 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김치 깨라는 메뉴가 재미있었어. 깨에 김치 시즈닝 (아마도 고춧가루?)을 한 후 고기 위에 뿌린 거야.


남다른 고급 한국식 퓨전 레스토랑도 먹힐 것 같은데 말이지... 레스토랑 여실 분 없을까 ㅎㅎ

요새는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김치가 보이더라. 대부분 우리가 아는 김치를 사이드 메뉴로 파는 건데, 이렇게 가끔 자신들만의 '김치'를 시도하는 게, 나는 참 좋아. 신선해.


예를 들어 아래 프로그램을 보여줄게. 13:48 보면 - 한국 김치를 네덜란드 식으로 만들어. 오징어 젓갈까지 만드는 셰프야. 

https://www.youtube.com/watch?v=_Y_KaxForu8

요새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김치를 살 수 있어. 그리고... 동네에 김치 만드는 워크숍도 있어서 한 번 (김치를 너무 사랑하는) 스페인, 캐나다 친구랑 같이 갔었거든. 김치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친구가 네덜란드 사람이었는데, 캐나다에서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웠대. 참 돌아 돌아 국제적이고, 이제 나만 아는 게 아니란 점이, 내가 되려 배울 게 있다는 점이 행복하더라. 그날 김치 워크숍에서 김치가 '비건'이려면 생선 젓 대신 뭘 써야 하는지도 배웠고, 빠르고 쉽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지.


본론으로 돌아와, 와인 페어링까지 해서 먹은 시느의 4코스 요리는 여러가지 맛을 통해 여행하는 기분이었어. 처음으로 그리스의 로제 와인도 맛 보고 (밍밍했어 ㅎㅎ), 조금의 후추 맛이 아주 특이한 스페인 북쪽 산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도 한국식 (?) 메인이랑 잘 어울렸어. 2시간 던치 예약 스케줄을 맞추랴 서비스가 엄청 빠르고 바빴지만, 그리울 거야. 락다운 전의 운 좋게 얻은 만찬에 김치의 흔적이 곁들어진 메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네. 

크리스마스 때 정찬을 한다면 앞으로 김치가 생각날 것 같다.

시느의 시그니처 메뉴 (왼쪽)는 트러플을 추가해 먹으면 훨씬 더 맛있어. 풀 하나도 맛이 독특한 디저트 (오른쪽)

Sinne website: https://www.restaurantsinne.nl/over-si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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