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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Nov 02. 2018

'여전히 물' 의 의미는?

고백한다. 


나는 한 때 수능영어를 가르쳤다. 


학생들의 성적이 

5등급에서 3등급으로,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랐고

지원가능한 대학교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내 안에는 늘 갈등이 있었다. 듣고 말하는 진짜 영어를 가르치고 싶었다. 수능영어는 수능성적을 받는 순간 무용지물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능영어를 고득점하는 길과 듣고 말하는 영어를 몸에 익히는 과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특히 수험 생활의막바지가 될수록 오지선다 문제풀이로 물량공세를 해야 하는데 이 방법은 영어로 말하기를 늘리는데 거의 도움이 되질 않는다. 실제로 나 역시도 말영어 향상이 가장 더뎠던 때는 수능영어에 매진했을 시기였다. 



우리나라에는 무려 세 가지 영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영어가 있다. 영국식 영어, 미국식 영어가 아니다. 바로 수능영어, 내신영어 그리고 회화 영어이다.  난 늘 진짜 쓰이는 영어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당장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나는 수능영어, 내신영어 그리고 말이 통하는 진짜 영어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 해야만 했다. 


내 마음 속 한 쪽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뭐가 문제야? 학생도 학부모도 원하는 건 수능시험을 잘 보는 것이잖아. 수능영어만 가르쳐도 할 일을 다 한거야" 


하지만 내 깊은 곳에서는 다시 이렇게 반박한다. 

"미래에 진짜 써먹는 건 말영어인데, 말영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영어를 가르친 것이 아니야." 




여전히 물? 


수능영어 고득점을 위한 공부와 말하는 영어 간의 차이는 다음의 간단한 예로도 알 수 있다. 


'여전히 물' 은 무슨 뜻일까?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희한하다. 우리말이 맞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된다. 


still = 여전히 

water = 물 


still water = 여전히 물 ???


still water 의 정체는 '(가스가 들어가지 않은) 맹물' 이다. 실제 지인분이 외국에서 보았던 예인데 우리말과 영어 단어를 일대일 단순 대응으로만 암기하면 생기는 일을 보여준다. 


수능 공부를 위해 우리가 단어를 외운 방식이 바로 이 것이다. 우리말 = 영어 로만 달달 외웠으니 이 단어를 어떻게 써야 할지는 막막해 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단어를 외운 방식으로는 사지선다 문제를 위한 방법이었을 뿐 진짜 그 단어와 표현을 말로 써먹기 위함이 아니었다. still water 가 '여전히 물' 이 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수능영어, 내신영어에 수백시간의 시간을 뺏긴 후에야 성인이 되어 회화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은 이제까지 노력을 했음에도 자신은 결국 영어를 못한다는 패배감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배운 수능영어, 내신영어는 단지 시험과목 중 하나였을 뿐 진짜 쓰이는 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5분이면 갈 거리를 우리는 1시간을 빙빙 돌아가고 있다. 지능, 재능을 탓하는 대한민국 성인들이여, 결코 당신 잘 못이 아니다. 


시험영어는 다 진짜 활용하는 영어와 간극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폴란드의 수능영어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폴란드 수능영어를 준비하는 길은 영어를 듣고 말하는 길과 통해 있었다. 수능영어를 준비하는 폴란드 십대는 시험준비가 곧 영어를 잘하는 과정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수능영어 따로 실제로 쓰는 영어 따로가 아니었다. 




그래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 


1. 해도 안 되었던 것이 아니었다. 방향이 달랐을 뿐이다. 바른 방향으로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2. 일반적인 교육 수준이 높은 우리는 상당수의 단어를 이.미. 알고 있다. 이 단어를 활용하는 법 익히기에 노력의 중점을 두면 된다. 


우리가 아는 평범한 단어로 비범하게 말하기, 충분히 가능하다. 




☆ 근본적으로는 수능, 특히 영어 시험의 체계가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험을 만드는 분들도, 가르치는 분들도 배우는 이들까지도 수능영어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 참고자료


https://brunch.co.kr/@thepiano/12


https://brunch.co.kr/@thepiano/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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