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Mar 08. 2022

똑똑한 사람이 정치를 하면 왜 안 똑똑해질까?

#PSH독서브런치150

사진 = Pixabay

서론. 정치인들, 특히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들은 저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현재 제20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 4명 모두 명문대 출신이며 사법고시를 통과하거나 사업을 통해 큰 재산을 모았거나 특정 분야의 거물급 인물입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싶은 순간이 많았고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정치를 하면 똑똑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1)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2) 많은 경우 할 수 있는 말이 정해져 있고, 3) 끊임없이 반대편의 공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론1. [확고한 마음] 최진석 교수는 <경계에 흐르다>에서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를 지배하는 기준이나 신념 등과 같이 ‘확고한 마음’이다.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분명하고 명료해지는데, 그것이 분명할수록 판단은 날렵하고 예리하며 전체적으로 성급해진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 위험 가득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에서 "사람들은 자신감 없는 태도를 절대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기 십상이다"며, "내가 패배자로 행동하면 상대로 나를 패배자로 대우한다"고 썼듯, 정치에 입문해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확고한 마음에서 비롯된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진석 교수가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 "어느 시대건, 어느 나라건 무식한 사람은 용감합니다"라고 썼듯 '확고한 마음'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한다는 측면에서 확고한 마음이 강해질수록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요.


본론2. [할 수 있는 말이 정해져 있음] 채사장 작가가 "한국은 정당정치이기 때문에 개인의 정치적 견해보다는 정당의 특성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고 했듯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정당에 입당하면 기본적으로 정당의 기조에 맞춘 발언을 해야 합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정당은 본질적으로 정권 획득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고 정권 획득은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결국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당의 기조는 필연적으로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정당의 기조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정해지기보다는 표를 받기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언제든 줏대 없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그 기조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요. 또한 정치인들은 서로 상충되는 이해 관계 모두를 대변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예컨대 기독교인의 표와 불교인의 표를 모두 얻기 위해선 교회도 가야하고 절에도 가야 하죠. 이렇듯 정치인은 본인이 할 수 있는 말과 해야 하는 말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며 표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언행을 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힘든 것 같습니다.


본론3. [끊임없는 반대편의 공격]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서,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선 상위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 정반합에서 '합'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위 프레임을 선점했을 때 하위 프레임에서의 모든 노력은 "오히려 기존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되죠. (<지식 프라임>) 예컨대 미국 9.11 참사 이후 미국의 감시 법률을 지칭하는 명칭을 ‘테러 감시 프로그램(Terrorist Surveillance Program)’이라 한다면 "이 법률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테러 감시에 반대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국내 감시 프로그램'이라 한다면 "미국 시민의 자유와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되죠.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이 법률에 찬성하는 정치인은 '테러 감시 프로그램'이라는 명칭이 선정되길 바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국내 감시 프로그램'이 선정되길 바랄 것이기 때문에 양쪽은 끊임없이 논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정치 분야에서는 나의 상위 프레임은 언제든 하위 프레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으며 '늘 똑똑하게 보이는 상태', '상위 프레임을 고수할 수 있는 상태'는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 '정치인들은 다 도둑놈들이다'와 같이 '누구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손쉽게 판단을 끝내버리는 태도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고민이 누적되어 있다면 막상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조금 더 현명하게 그 상황을 다룰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런 측면에서 똑똑한 사람도 정치를 하면 똑똑해보이지 않게 되는 이유를 정리해보았고 읽으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120

https://brunch.co.kr/@thepsh-brunch/135


작가의 이전글 투표는 꼭 해야 할까? - 제20대 대통령선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