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Mar 18. 2022

'원래'라는 말은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할까?

#PSH독서브런치155

사진 = 윤종신 Twiiter 캡쳐


1.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나는 원래 그래"라는 말은 1) "나는 바뀔 마음이 없으니" 2) "네가 나에게 맞추던지, 아니면 떠나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원한다면 위의 '원래'는 지양하는 게 나을 거예요. 또한 나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판단 과정에서의 '원래' 즉,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이번에도 이렇게 하자"에서의 '원래' 또한 지양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때의 '원래'는 '단순히 과거의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것, 즉 내 과거의 판단이 언제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반대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미래에 대한 규칙을 끌어낸다. 그런데 과거에 입각해서 미래를 예측하다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의 동일한 자료에서 얻은 이론이 정반대의 결론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원래'는 딱히 유익할 게 없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2. 게리 콕스는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에서 실존주의적 진실 즉, "인간은 언제나 무엇인가 결핍된 것, 빈 것,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일인걸. 신경 쓸 필요 없어. 난 그대로 내 인생을, 아무 데로도 향하지 않는 이 가혹한 여정을, 내 ‘자유’를 최대한 누려볼 작정이야"라는 마음 가짐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실존주의에서는 사는 건 원래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인생을 최대한 살아가라고 이야기"합니다. 박이문 교수는 <왜 인간은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가>에서 "세상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서나 근본적으로 불공평하고 삭막하며 황량하고 험하다"며 "세상과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났고 인간은 누구나 윤리적으로 조금은 위선적이며 가짜다"고 말합니다. <자비 윤리학 : 도덕철학의 근본 문제>에서는 "인생사의 모든 선택과 결단은 고통스럽다. ... 인생 자체의 만사가 원래부터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더욱 가치 있고 살 만하다"고 썼어요. 이렇게 본다면 '원래'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꽤 괜찮은 마음 가짐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2. '원래'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원래'라는 말을 많이 쓰는 사람은 걸러라"는 말도 꽤 들은 것 같고요. 그리고 그들의 조언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많은 경우 '꼰대스러움', '열등감', '편협함' 등과 결부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원래'라는 말을 많이 쓰는 사람은 걸러라"는 조언은 또 다른 편협함으로도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본다면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또한 나의 편협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리스크가 큰 행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97

https://brunch.co.kr/@thepsh-brunch/195


작가의 이전글 치킨, 피자는 몸에 안 좋을까? - 옳고 그름의 기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