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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Mar 21. 2022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될까?

#PSH독서브런치156

사진 = 다음 영화 <부당거래> 스틸컷


1.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면 누구든 기분이 좋을 거예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내 생각이 언제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 여유 있고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문유석 작가는 <판사유감>에서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또한 지성적인 태도일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지성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최진석 교수는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 "자기 의견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지적인 토대가 얕아요. 자기 의견이 과감한 사람일수록 지적인 넓이가 좁아요. 경계를 품은 사람은 과감하지 않습니다. 함부로 진리임을 확신하지 않습니다. 어느 시대건, 어느 나라건 무식한 사람은 용감합니다"라고 했는데,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2.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은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대사 뒤에 "상대방 기분 맞춰주다 보면 우리가 일을 못한다고"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을 정의하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과를 만들어 오는 사람'은 보통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듯해요. 그리고 업무의 과정보다 결과를 크게 중요시하는 이런 태도는 때로 '말이 통하지 않는', '비타협적인', '꼰대스러운' 사람이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듯하고요. 정재승 교수는 <크로스>에서 스티브 잡스에 대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함께 일 해온 동료들을 애플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애플 주식 공개 상장에서 배제할 정도로 편협했고, ...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사기를 친 적도 있었고, 잘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거림과 험담을 입에 달고 살았다"라고 설명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편협함이 품질과 혁신에 대한 집착, 아이폰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진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의 이런 태도를 단순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1+2. '저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는 평가는 일반적으로 비난, 비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때에 따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대화, 소통은 '나의 의견이 틀릴 수 있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이 불가능할 거예요. 그리고 내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듣는 '저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는 말은 단순히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의 동어반복일 거고요.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같은 말을 듣는다면 그건 내 잘못이 맞을 거예요. 또한 내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대단한 사회적 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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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고 '불통'은 언제나 부정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꼭 그런 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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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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