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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5. 2021

꼰대가 되지 않는 법 (문유석, 최진석, 박이문)

#PSH독서브런치002

사진 = Pixabay


어느 정도 인생을 살다보니 나름의 경험이 쌓이며 저의 주관이나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이 점점 더 한쪽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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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나는 절대 저런 어른(꼰대)은 되지 않을 거야, 했던 어른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즉 나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게 되는 건 아닌지, 고집불통-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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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뒤돌아 보는 데 도움이 되었던 아래의 세 가지 문단을 소개합니다.



1.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또한 지성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자신이 믿고 있는 것 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아는 것과 혼동하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이 믿고 있는 것 또는 바라는 것에 저촉되는 것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갈릴레이를 법정에 세웠던 바로 그 반지성 아닐까요. (중략)

의견을 피력하되 자신의 의견과 지식의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자기 검증을 되풀이하며 자기가 말할 수 있는 부분까지 말하자는 것입니다. 결론을 내릴 만한 근거가 없으면 스스로 단정하지 말고 의문만 제기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결론을 사실상 내려놓고 반문하는 의문이 아니라, 진실에의 열린 가능성을 열어 둔 순수한 의문 말입니다. (문유석, 판사유감, 문학동네)


2. 자기 의견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지적인 토대가 얕아요. 자기 의견이 과감한 사람일수록 지적인 넓이가 좁아요. 경계를 품은 사람은 과감하지 않습니다. 함부로 진리임을 확신하지 않습니다. 어느 시대건, 어느 나라건 무식한 사람은 용감합니다. (최진석,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위즈덤하우스)


3.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일부 사람들은 우리의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천당에 가기 위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태어났다고 응수한다. 어떤 이는 알 수는 없지만 우주의 궁극적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으로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어떤 주장도 석연하지 않다.

어떻게 태어났든지 그리고 왜 태어났든지 어떤 이는 우리의 탄생을 축복으로 믿고 장구를 치며 춤을 추고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 또 다른 이는 그것을 재앙으로 받아들여 고통을 느끼고, 얼굴을 찡그리고, 짜증을 내고, 자신의 운명을 저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들의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이문, 박이문 인문학 읽기: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미다스북스)


4. 모든 계몽주의는 그 동기와는 상관없이 이념적으로 독선적이고 실천적으로 폭력적, 즉 비이성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독재적 경향을 필연적으로 내포한다. 그러나 자기 일관성을 요구하는 우리의 철학적 계몽은 이성적 테두리 안에서만 허용된다. 그것은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다양한 지적 및 정서적 교육에 의한 점차적 방법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박이문, 나비의 꿈이 세계를 만든다:동서 세계관의 대화, 생각정원)



삶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주관과 가치관은 '편견, 선입견'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선 '삶의 지혜, 경험치'로도 표현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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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스로 '편견'이 아니라 '경험치'로 포장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에겐 '편견 혹은 오지랖'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도 많이 자제하게 됩니다. 제가 스스로 저에게 '계몽적 의무'를 지우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꼰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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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업무 외적으로 괜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아 저와 생각의 결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피하게 되는 것도 나이가 들며 꼰대가 되는 한 가지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요.(그런 면에서 제가 가진 생각을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더 소중해 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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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가진 큰 뜻을 이루기 위해 나의 뜻에 동감하는 여러 사람을 주위에 여럿 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도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의견을 받아들일지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선 항상 공부해야 하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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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꼰대질로 읽히지 않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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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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