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74
1. 청하지 않은 조언을 하는 것을 보통 '꼰대질'이라 하고 그런 행위를 일삼는 사람을 '꼰대'라고 합니다. 꼰대질은 일반적으로 '당하는' 입장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꼰대질은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생각해요. 꼰대질은 1) 내가 상대방보다 많이 알고 있고, 2) 따라서 나는 상대방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일종의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3) 나의 조언을 따르면 상대방도 잘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꼰대질은 '나는 너보다 훨씬 많이 아는 사람이다'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은연중에 전달하므로 꼰대질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와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완전한 인식, 지식, 앎은 있을 수 없고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지속적으로 삶의 전략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귀를 열고 상대방의 피드백을 듣고자 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꼰대질은 그것과 정반대 되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근후 교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이 세상 모든 것에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이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게 하고, 삶을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 인생을 안다고 자만하지 마라.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겸손함, 이 한 가지 미덕으로도 삶은 잘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참고할만한 말인 것 같습니다.
2. 꼰대질을 '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조언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진정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조언이 아닌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는 마음에 비롯된 꼰대질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이레) 이태혁 작가는 <사람을 읽는 기술>에서 "자존감이 낮을수록 남들로부터 자신을 더 인정받고 싶어 하고, 우월적 지위에 서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라고 했는데, 청하지 않은 조언을 하는 사람은 그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은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어떠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든 조언의 내용 그 자체로 나에게 도움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기적 동기에 의해 행해진 금전 기부가 받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듯이요. 그렇게 본다면 '꼰대질' 그 자체로 좋고 나쁘다 말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1+2. 상대방의 건강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된 조언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잘 활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상대방의 의도와 표현 방식에서 반발심부터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유석 작가가 <판사유감>에서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또한 지성적인 태도일 것입니다"고 한 것을 생각해보면, 꼰대의 조언이 나에게 도움 되는 내용인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즉시 폐기 처분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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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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