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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Apr 11. 2022

영화 <타짜>에서 짝귀는 왜 도박 빚이 생겼을까?

#PSH독서브런치164

사진 = 네이버 영화 <타짜> 스틸컷


1. 영화 <타짜>에서 주진모 배우가 연기한 짝귀는 김윤석 배우가 연기한 아귀에 패배해 귀와 손목을 잃게 된 인물입니다. 아귀와 짝귀 모두 각자의 지역을 대표하는 전국구 타짜였으며 그 둘의 대결은 비유하자면 한국 최고의 타짜를 가리는 '타이틀전'이었을 거예요. 아귀에게 처절히 패배하고 난 뒤 짝귀는 동네 도박장을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가 동네 도박장에서 빚이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한쪽 손을 못쓰긴 하지만 고니(조승우 분)와의 대결에서 패를 바꿔치기한 것을 보면 기술을 쓰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짝귀에 패배한 고니가 짝귀를 따라가 재대결을 요청하자 짝귀는 "(도박) 빚을 다 갚았다"며 거절했고 이에 고니는 "어차피 더 딸 거 아니냐"고 하기도 하죠. 즉, 전국구 실력을 가진 짝귀는 마음만 먹는다면 동네 도박장 수준에서는 빚을 지기는커녕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거예요.


2. 만화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짝귀에게 어떤 세부 스토리가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순도 100% 제 뇌피셜을 통해 추측해보자면, 1) 아귀에게 패배하며 도박판을 완전히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손맛'을 잊지 못해 한 번씩 동네 도박장에 들러 도박을 했고 이때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을 굳이 쓰지 않은 것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기술이 아닌 운에 의지해서만 게임을 했고 빚 또한 자연스레 생겼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번에 큰 수익을 내 빚을 갚을 수 있으니 빚이 생겼다는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았을 거고요. 혹은 2) 짝귀가 그 도박장에서 크게 한 번 벌기 위한 밑 작업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도박 빚을 진 것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즉, 사람들에게 본인이 타짜가 아님을 인지시키기 위해 빚을 지고 우연을 가장한 큰 수익을 한 번에 올릴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 수 있죠. 1)과 2) 중 어떤 이유에서건 짝귀는 고니가 타짜임을 알아보고 '너(고니)는 나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 테고요. (짝귀는 고니에게 "넌 나한테 안 돼. 더 배워"라고 말합니다.)


1+2. 신형철 교수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왜 서사(이야기)라는 것이 필요한가. 이 세계에는 여러 종류의 판단 체계들이 있다. 정치적 판단, 과학적 판단, 실용적 판단, 법률적 판단, 도덕적 판단 등등. 그러나 그 어떤 판단 체계로도 포착할 수 없는 진실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런 진실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한 인간의 삶을 다시 살아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할 때에만 겨우 얻어질 것이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관심이 가는 인물이 선택한 행동과 발화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물이 다양한 상황에서 했던 여러 선택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후에는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충분히 학습했을 때 내 인생에도 긍정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인상 깊게 봤던 영화에서 언뜻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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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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