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Sep 19. 2022

넷플릭스는 수리남 정부의 항의를 무서워할까?

#PSH독서브런치195

사진 = KBS 뉴스


1.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드라마 <수리남>에서 남미 국가인 수리남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데 대한 수리남 정부의 항의가 있었습니다. 수리남 외교부 장관은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며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것이라 밝혔죠. 드라마에서 묘사된 수리남의 모습이 수리남 외교부 장관의 말대로 부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드라마에서 묘사된 수리남의 모습이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묘사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더라도 즉, 수리남 외교부 장관의 말이 정당하고 논리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말에 무게감이 실리기는 어렵습니다. 수리남은 힘이 있는 국가가 아니고 국제 관계는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채사장 작가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에서 쓴 다음과 같은 글을 이와 관련해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유엔은 190여 개 국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의해서 행동하는 기구가 아니라, 핵무기를 대량 소유한 상임이사국 5개의 만장일치제로 행동 방향이 결정되는 기구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또한 5개의 상임이사국, 다시 말해 5개 선진국의 이익이 될 때만 세계전체의 이름으로 구체적인 행동이 일어나므로 국제기구는 정의와 윤리가 아닌 힘의 논리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2. 힘의 논리로 이득을 보고 있을 때 이를 예민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 드라마 제작사, 넷플릭스가 수리남 정부의 항의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가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반면 논리와 정당성이 결여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을 포함한 기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러시아의 협박은 무겁게 다뤄지며 이에 대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을 거예요. 즉, 힘의 논리로 손해를 보고 있을 때 우리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듯 일견 비겁해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며 이와 관련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추후 '행복'의 관점과 결부 지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2. 힘의 논리로 이득을 보고 있을 때에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힘의 논리로 손해를 보고 있을 때에만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본받을 만한 행동양식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두고 누군가와의 협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매우 바람직한 행동입니다. 즉,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 못한 것은 최대한 부풀리는 전략'은 유능한 협상가의 자질일 것이에요.

.

같은 행동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비겁한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유능한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떤 프레임으로 그 행동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프레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력은 유능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서는 #PSH독서브런치179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 될 수 있을까?]를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173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