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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Sep 27. 2022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을까?-역사란 무엇인가

#PSH독서브런치196

사진 = Pixabay


1.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언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죠. "스스로를 타자로부터, 무리들로부터 그리고 일상적 생활로부터 의식적으로 잠시나마 떨어져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하는 인간의 삶을 정말 인간다운 삶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만 인간은 비로소 세계와 자신 그리고 그러한 것들의 의미를 조용히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반성할 수 있으며, 그러한 주체적 인식과 반성이 전혀 부재한 인간의 삶을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박이문, 『박이문 인문학 읽기 :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는 글을 보면 반성하지 않는 사람,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 역사를 잊은 사람은 인간다운 사람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데카르트는 자기가 생각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에만 자기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는 반성적 사유의 근본 형태이다" (박이문, 『미술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4인의 철학자가 들려주는 통섭강의』)는 글을 통해서도 반성적 사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2. 언제 어디서나 맞는 말처럼 들리는 이 말은 바로 그 속성으로 인해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큽니다. 어떤 주장을 할 때 그 주장과 합치되는 과거의 사례를 들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은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하는 말이라기보다 '내 말에 토를 달지 말라'는 의미를 지니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문유석 작가가 『쾌락독서』에서 쓴 다음과 같은 글을 이와 관련해 참고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서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세상에 쉬운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대학가의 조급함은 정답을 정해놓고는 신입생들을 그곳으로 빨리 이끌려 했다. 그것은 독서가 아니라 학습이다. 독서란 정처 없이 방황하며 스스로 길을 찾는 행위지 누군가에 의해 목적지로 끌려가는 행위가 아니다." 반성과 성찰이 '인간다운 삶'의 본질적 요소라면 그것이 인간다운 삶의 또 다른 요소인 자유와 결합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며, 답을 정해놓고 하는 반성의 강요는 또 다른 폭력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1+2. 때로는 답을 정해놓은 반성과 성찰 즉, 학습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E. 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역사는 분명히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일련의 판단이다"라고 지적한 것처럼, 역사 분야에서의 학습은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우 한정된 분야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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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운동이며, 운동에는 비교가 포함된다. 따라서 역사가는 ‘선’이라든가 ‘악’이라는 비타협적이고 절대적인 말보다는 ‘진보적’이라든가 ‘반동적’이라는 비교의 성질을 가진 말을 사용하며 그 도덕적 판단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여러 사회나 역사적 표준을 어떤 절대적 기준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의 상호관계에서 규정하려는 시도인 것이다"는 글은 '내 말에 토를 달지 말라'는 뉘앙스를 가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역사 분야에서만큼은 적절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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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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