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60
1. 국제 사회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입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닌자'는 일본 주변국 국민에게 끔찍한 역사를 연상시키는 단어다. 그러나 일본은 이 단어조차도 긍정적인 개념을 담아 전 세계에 퍼뜨렸다.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닌자 놀이를 한다. ... 음산한 암살자 집단인 닌자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념이 되었다. 종주국 일본은 닌자 개념의 긍정적 보편화로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있다. ...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에는 그런 개념이 없다. 외국인들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기 어렵다. 한국에 대해 좀 안다고 하는 사람조차도 대중 가수나 패션 등에 알고 있는 정도이다"고 지적합니다.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대부분의 역사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실을 입수하려고 한다. 역사란 곧 해석이다"라고 했는데, 강대국인 일본은 자국에 유리한 사실을 취합하고 자국에 유리한 해석을 덧붙여 전파할 수 있는 힘과 영향력을 가진 국가예요. 특정 개념(이를테면 노래방)을 선점하고 이것에 자국의 언어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를테면 가라오케) 또한 그러한 영향력의 일부일 것이고요. 국제 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일본의 이런 행동을 단순히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나라는 자국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정의로운 행동일 테니까요.
2. 다니엘 튜더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 건축가 황두진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문화적 생산품이 해외에서 널리 사랑받는 것은, 마치 일본 문화가 198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외에 수출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라 말합니다. 즉 한국 콘텐츠가 특히 최근 들어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 문화가 우수성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경제력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고 저 또한 이 관점에 동의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공개된 애플TV+의 <파친코(Pachinko)>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동안 일본제국의 한국 점령은 일본에 의해 전략적으로 은폐되었고 일본에 유리한 해석만이 받아들여졌습니다. 파친코 이전 한국에서 제작된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한국 내수용 '정신승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친코(Pachinko)>는 한국인이 해석한 일본제국의 모습이 담겨 전 세계인이 보게 된 최초의 콘텐츠가 아닐까 싶어요. '나쁜 일본놈들, 드디어 정의가 구현되었구나', '한국의 해석만이 옳고 일본의 해석은 틀린 것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 정의, 맞고 틀림은 상대적인 개념일뿐더러 2)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여러모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니까요.
1+2. 에스콰이어 코리아 16년 3월호에서 "한국에서 일본을 제대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북한과 일본을 볼 때 사물과 현상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 북한의 경우 정보에 다가서는 관점뿐 아니라 정보의 정확성도 의심된다. 일본의 경우는 정보를 다루는 이의 태도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 타인으로 자신을 배제하면서 현상의 심층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감정을 개입시켜 정보를 해석한다. 꼭 필요한 정보는 무시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확대해석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실을 바라보고 판단 내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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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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