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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한국의 국제적 위상 - 균형 잡힌 시선 갖기

#PSH독서브런치067

사진 = Pixabay


대학생 때 참여했던 국제 문화 교류 대외활동 중 미국인 친구에게 'Do you know Yuna Kim?'이라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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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금메달을 딴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했지만 제 오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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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Jisung Park'에 대한 질문 역시 실패했고, 그 이후 외국인에게 Do you know 시리즈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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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보고 배워왔던 '한국인의 우수성', '단기간에 민주화,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대단한 나라' 같은 것들이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의 외침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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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 주식을 시작하면서는, 한국 시장이 국제 자본 시장에서 가지는 크지 않은 위상에 대해 느끼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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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에서 발표하는 MSCI 지수에서 한국 시장은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는 중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같은 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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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여럿 보유한 나라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약 280조 원 큰 반도체 회사 TSMC를 보유한 대만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인식이나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위상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어떨지 힌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1. 한국의 존재는 중국과 일본의 그늘에 가려진 면이 없지 않다. 한국으로 흘러들어온 외국인들은 다른 나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거나 이미 아시아를 다 보았기 때문에 구석진 곳에 숨겨진 마지막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 한국인들 중에는 자기 나라에 대한 서양의 계속되는 무관심을 모욕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국제무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증오하는 이웃 일본을 앞질러야 한다는 강박은 때로 기괴한 애국주의로 나타난다. ... 한국 사람들이 북한과 같은 레벨로 취급받기를 싫어하지만 사실 서양에서 한반도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주로 남북한의 분단 상황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결과에 관한 것이다.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베라 홀라이터, 문학세계사)


2.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쓴 글을 볼 때마다 그들이 한국을 하나의 나라로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이야기가 강조되면, 한국은 하나의 기업체로 축소되어 버린다. 북한에 대한 뉴스를 듣다보면 한국은 마치 60년 동안 기다려왔다가 두 번째 폭발을 앞두고 있는 화약고처럼 보인다. 그리고 요즘은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르고 있다. 성형수술에 미친 나라가 바로 그것이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문학동네)


3. 많은 미국인은 아직도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여긴다. 이런 이미지는 여전히 미국에서 많은 한국 고아들을 입양하는 것 때문에 강화된다. 한국 고아 입양은 2013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슈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보다 조금 더 개발되었지만,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의 문화적 깊이와 품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21세기북스)



진중권 작가는 책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자부심 같은 것을 억지로 구성해 가질 필요도 없다'고 지적하며,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며 한국 사람임이 자랑스럽다고 지속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습성이 실은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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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필요 이상으로 움츠러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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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국은 대단하고 매력적인 측면이 아주 많은 나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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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식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자 노력하는 것,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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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비단 내 나라인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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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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