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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Apr 27. 2022

반일 감정은 왜 생겼을까? - <파친코>

#PSH독서브런치170

사진 = 유튜브 채널 카랑Karang 영상 캡쳐


※ 애플TV+ <파친코>의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애플TV+ <파친코> 4화에서는 과거 일본 식민 지배를 겪은 한금자(박혜진 분) 할머니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1980년대 일본 대규모 개발 예정지에 땅을 갖고 있던 금자는 일본 회사로부터 거액에 땅을 넘기라는 제안을 받죠. 일본 회사의 갖은 노력에도 금자가 땅을 팔려하지 않자 일본 회사 직원이었던 한국인 솔로몬이 투입됩니다. 솔로몬은 회사에서 인정받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인물이었고, 본인의 할머니(윤여정 분)까지 동원하여 금자를 협약식까지 불러오는 데 성공하죠.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 금자는 솔로몬에게 한국어로 이렇게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를 바퀴벌레라고 불렀지, 땅속에 다시 처박아야 된다면서. 잘 생각해봐. 그게 너한테 하는 얘기니까. ... 어디 들어보자. 네 할머니가, 저 히죽대는 면상들 쳐다보며 여기 앉아 계시는데, 그 몸속에 한 맺힌 피가, 그 핏방울 하나하나가 이걸 못하게 막는다 하면 뭐라 말씀드릴 거야? 그래도 사인하라고 하겠니?"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가 능숙지 않은 솔로몬은 다음과 같이 답하죠.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씀드렸을 거예요. 하지 마시라고." 솔로몬의 이 발언으로 계약서 작성은 없던 일이 되고 솔로몬의 회사에서 입지는 크게 흔들립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말을 하고 큰 해방감을 느낀 솔로몬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비를 맞으며 마음껏 춤을 춰요. 어쩌면 이 장면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금자의 말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의식을 가지게 된 솔로몬의 일화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었어요. 이렇게 본다면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일본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본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2. 국민 대다수가 공통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게 큰 기회로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많은 국민의 지지와 표를 필요로 하는 정치인들에게 특히 더 그럴 것 같습니다. 제임스 W. 페니베이커 교수는 <단어의 사생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한다. 공통의 트라우마가 있을 경우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을 더 많이 쏟고 자신을 공통의 정체성의 일부로 언급한다. ... 공통의 트라우마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경험이다. 9/11 이후 적어도 두 달 동안은 사람들이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고 사건 이전 몇 달 동안에 비해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었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더 어리석게 만든다. 뭐, 더 어리석어지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덜 분석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 실제로 이때 사람들은 더 수동적이고 새로운 정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상태인 듯했다. ... 9/11 테러처럼 끔찍한 트라우마는 의도치 않게 사람들을 한데 뭉치게 하고, 자기 자신에게 덜 집중하게 하며, 며칠 이내에 더 행복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일 감정이 어쩌면 특정 목적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증폭되고 확대 재생산되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1+2.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자기의 상황을 지극히 예리하게 의식하는 역사가가 그 상황을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편이 자기의 사회나 견해와 다른 시대 및 다른 국가의 사회나 견해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더 많은 능력이 있다고까지 생각된다. 자기의 사회적 및 역사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인간의 능력은, 자기가 그 상황에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가를 인정하는 감수성 여하에 영향받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썼습니다. 이를 한국인의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일 감정이 역사의식을 계승했기 때문에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할 때 '상황을 극복'하는 것 즉, 우리의 생각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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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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