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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Jan 19. 2023

학벌은 중요할까?

#PSH독서브런치200

사진 = Pixabay


1. 문유석 작가는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장그래를 막는 학벌의 벽은 왜 존재할까. 먼저 학력이 인재를 평가하는 안전한 방식이라고 여겨져서다.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입시경쟁의 승리자라는 징표가 우수한 두뇌, 성실성, 인내심을 증명한다고 보고 거기에 만족하는 것이다. 대체로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고 스펙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자로서 고백하건대, 스펙은 ‘탁월함’까지 증명하지 못한다. ... 실제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능력은 다양했고, 그 능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당연한 거다. 대학 입시용 평가 시스템은 대학 공부를 할 만한 일반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니 연구직, 대학교수 및 이에 유사한 직업은 몰라도 사회의 다양한 일을 잘해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고 썼습니다. 채사장 작가는 『열한 계단』에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해요.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나이에 자신의 욕구를 억제할 줄 알고, 친구나 가족의 안타까운 삶에 무관심할 정도로 자신의 좋은 성적을 위해 반복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형적인 학생만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더 건강하고 정상적인 학생일지도 모른다." 홍세화 작가는 『생각의 좌표』에서 "자기성숙을 모색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개인으로서 내세울 장점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속한 집단인 국가, 민족, 종교, 지역, 혈연, 출신 학교를 내세운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보면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학벌을 보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2. 문유석 작가는 같은 책에서 "기업의 학벌 타령은 사회적 배려와 공정성 이전에 효율성 차원에서 어리석다고 본다. 판을 흔드는 아이디어를 불쑥 내는 부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관리자들의 할 일이다. 그게 부담스러운 관리자는 무능한 거니까 그쪽이 나가야 하고"라며 "학벌 타령은 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기업이 아직 배가 덜 고프다는 증거다"고까지 비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비판이 과도한 것이라 생각해요. 문유석 작가는 『판사유감』에서 다음과 같은 인간에 대한 관점을 드러냈습니다. "실은 인간들은 대부분 경이적일 만큼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정말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인간이란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왜 옆방 살인범은 징역 15년 받았는데 나는 17년이냐며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칠 수 있는 존재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또한 "모르는 사람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며 "부족사회에서 두 낯선 사람이 서로 교역을 하고 싶다면, 공통의 신, 공통의 신화적 조상이나 토템 동물에게 호소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할 것이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전 지구적 교역망은 달러, 연방준비은행, 기업의 토템적 상표와 같은 허구의 실체들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고요. 러셀 로버츠는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에서 "내가 그들을 믿는 것은 오로지 평판에 대한 걱정, 거래를 반복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사기와 절도에 대한 법적 제재 때문이다"고 쓰기도 했어요. 이러한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우수한 두뇌, 성실성, 인내심'을 가지고 있음과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며 '반복적인 노력을 기울'일 줄 아는 것이 대체적으로 증명된 사람, 이미 사회에서 우수함을 입증한 사람들과 공통된 학벌을 가진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거예요. 특히 '판을 흔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고요.


1+2.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본인의 학력, 학벌을 바꾸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항상 더 나은 전략입니다. 이에 대해 게리 콕스는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합니다. "자기기만에 빠져 과거와 연을 끊는 일과 과거의 행동에 책임짐으로써 과거를 재정의하는 일은 극단적으로 다른 행동이다. 진정성으로 개종하기 위한 포부가 있는 사람이 자기기만을 극복하려 한다면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기꺼이 책임져야 한다. 후회하는 사람은 자신의 과거가 다른 것이기를 바란다. ... 후회하는 사람은 자신의 자유를 통째로 끌어안지 못하며, 인생이 자유로 빚어낸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니체는 삶에 대한 가장 수준 높은 긍정은 영속적인 반복을 욕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자신의 자유를 진정으로 끌어안고 인생이 자유로 빚어낸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사건까지 빼놓지 않고 처음부터 무한 반복하여 살아가는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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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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