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Jul 10. 2023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일까? - 실존주의

#PSH독서브런치204

사진 = 다음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1.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분)는 대기업 회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거 뭐 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에서 사회경제학자 존 캐스티의 <대중의 직관>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알고 싶다면 선거 1∼2주 전에 코스피 지수를 보면 됩니다. 코스피 지수가 올라가면 여당이 이기고, 떨어지면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 현재가 싫으니까 누가 나오든 바뀌는 것이다. 사실 이 관행은 역사가 오래됐다. 예전 고대 국가에서는 가뭄이 들어서 기우제를 지내도 효험이 없으면 임금을 처형한다고 했다. <삼국지><동이전>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옛날 부여의 풍속은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돼 오곡이 잘 익지 않으면 그 허물을 왕에게 돌려 왕을 마땅히 바꾸어야 한다 또는 죽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나심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성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일종의 감염 현상이다. 비단 영화만이 아니라 폭넓은 문화 상품들이 그렇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특정한 예술 작품을 사랑하는 것은 예술 그 자체에 매료되어서만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의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채사장 작가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에서 "대중은 생각보다 나약하고 무관심해서 자신의 이익과 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귀찮아한다. 미디어는 그 틈으로 파고들어 대중이 봐야할 곳을 친절하고 세련되게 가르쳐준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주체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기보다 기분에 따라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의견을 결정하는, 현명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실존주의 철학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합니다. 실존주의 금언으로 통하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나 목적 없이 즉, 본질에 선행하여 먼저 존재(실존)하기를 시작하는 인간의 근본 조건을 표현하는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선택'을 통해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늘 존재하는 자살의 가능성을 거부하는 일은 곧 계속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 선택을 통해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인생을 끝장내기보다 계속 살아가기로 선택하면서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 발버둥 치는 인생 자체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목적도 없고 언제나 결과가 똑같지만,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버둥 치는 노력을 통해 목적의식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즉, "삶은 우리가 부여하기로 선택한 의미만 지니"죠.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게리 콕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본인의 주체적 판단에 따르지 않은 선택, 오랜 숙고가 아닌 즉흥적 기분에 따른 선택,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내린 선택은 인생을 무의미함 속으로 몰아넣는 행위이며,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멀리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1+2. 문유석 작가는 『판사유감』에서 "매사에 꼭 선명한 결론을 내리려고 무리하는 것은 오만인 동시에 무지"라 지적합니다. 게리 콕스도 같은 책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우리가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해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은 옳지 않을 것이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책임을 최대한 짊어지고 변명을 최소한 줄이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하죠.

.

우리 삶은 철학 이론과 달라서 수많은 모순을 품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배우 신구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배우 이순재를 많이 혼낸다는 소문이 있다는 MC 유재석의 질문에, 이순재는 과거 'TBC 시절' 얘기를 즐겨한다며 "그 얘기를 하면 나는 돌아서지 ...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고, 앞으로 일이 더 중요하지"라며 본인은 '라떼'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답했습니다. 유재석이 이어 '인터뷰 초반 신구 선생님도 과거 얘기를 재밌게 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신구는 웃으며 '그거는 한두 번씩 하는 거야', '그렇게 사는 거라우'라며 웃으며 답해요. 어쩌면 신구의 말에서 지혜롭게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94

https://brunch.co.kr/@thepsh-brunch/179

https://brunch.co.kr/@thepsh-brunch/150


작가의 이전글 우리들 중에 대통령이 나올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