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05
1. 박이문 교수는 『문학 속의 철학』에서 "모든 앎은 마침내 언젠가는 암흑에 부딪치게 마련이고, 모든 설명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니 인간에 대한 앎, 인간에 대한 설명도 겸손한 태도로 어느 한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썼습니다. 러셀 로버츠는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에서 "인간에겐 분명 결점이 존재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곧 지혜의 시작이다. ... 겸손은 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태도다. ... “저는 잘 모릅니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얼마나 큰 해방감을 주는지 경험해보기 바란다"고 했어요. 이근후 교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이 세상 모든 것에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이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게 하고, 삶을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 인생을 안다고 자만하지 마라.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겸손함, 이 한 가지 미덕으로도 삶은 잘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까지 말합니다. 이러한 말들이 없더라도 겸손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근거 없이 권장될 수 있는 덕목입니다.
2.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11에서 프로듀서이자 심사위원인 래퍼 저스디스는 '3초 심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참가자의 랩을 3초도 채 듣지 않고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다음 참가자의 랩을 심사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죠. 탈락한 한 참가자가 '네 마디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심사장을 퇴장하는 저스디스에게 랩을 하며 다가가지만, 저스디스는 그 참가자의 랩을 제대로 듣지 않고 단호하게 "랩 못하세요. 수고하세요."라고 말한 뒤 떠납니다. 이후 인터뷰에서 저스디스는 이에 대해 "세상은 차가운 겁니다. 냉정한 겁니다. 집에 가십쇼."라고 말하죠. 저스디스의 말과 행동은 겸손하지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적, 적개심까지 유발하는 행동입니다. 저스디스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장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저 행동에도 일부 장점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스디스에게 탈락 판정을 받은 참가자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저스디스 본인은 얼마나 랩을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일 거예요. 즉, 저스디스는 냉정한 심사를 내릴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직 무대 위 실력으로만 증명해야 하는 위치로 스스로를 몰아넣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저스디스가 한국의 대표적인 힙합 프로그램 심사위원이 되기까지 스스로를 동기부여했던 방식일 수 있을 것이고요.
1+2. 저스디스의 심사를 보고 '저 심사는 무례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3초는 아니지'라고 손쉽게 결론 내리는 태도 또한 "이 세상 모든 것에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이 결여된 태도 즉, 겸손하지 못한 태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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