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과 떠나는 이탈리아 아트 트립: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
성당을 나서면 눈부신 정원과 도심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어두운 영화관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것처럼 얼얼한 기분이 듭니다. 조토의 벽화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를 보여주는 영화와 같은 것이니 영화 한 편 보고 나왔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다가 현재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아시시의 아름다움이 더욱 새롭게, 마치 신이 주신 선물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성당 아래로 펼쳐지는 평원의 풍경은 언제 봐도 환상적입니다. 하늘에서도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을 아주 특별하게 아끼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 성당 앞 정원에 성 프란치스코의 동상이 보입니다. 기사가 되려고 했던 젊은 성 프란치스코가 계시를 받고 마을로 돌아오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 현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주여 제가 무엇을 하길 바라나이까.
고향으로 돌아가라. 그곳에서 네가 할 일을 듣게 될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인 성 프란치스코는 낙담하거나 슬퍼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신의 소명을 무거운 마음으로 가슴 깊이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리고 동상은 그 순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기적을 일으킨 것은 동상처럼 고개를 숙인 채 고향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낮 동안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아시시에는 어느덧 밤이 찾아왔습니다. 아시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곳은 밤의 도시입니다. 한낮의 풍경이 아무리 근사해도 밤이 주는 특별한 감흥에 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시시를 여행하면서 밤거리를 걸어보지 않았다면 이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을 놓친 셈입니다.
음영이 드리운 도시는 낮과는 전혀 다른 빛깔로 우릴 매혹합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거리를 걷다 보면 낮 동안의 감흥이 침전하고 밤이 전하는 새로운 흥분이 가슴에 차오를 것입니다. 아시시는 빛과 소음에 오염되지 않은 원시의 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깊은 명상과 기도, 두렵고 황홀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밤.
성 프란치스코도 이 도시의 밤을 사랑했을 것입니다. 낮 동안의 고단한 행군과 정치 다툼을 뒤로하고 평화로운 기도의 시간을 가졌을 것입니다. 원시의 밤은 태초의 우주로 곧장 열린,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신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바라보던 별과 그 너머의 천상 세계를 우리도 똑같이 마주할 수 있습니다.
내일의 해가 떠오르면 조토 루트의 두 번째 도시, 피렌체로 떠나게 됩니다. 피렌체는 아시시와는 완전히 상반된 매력을 지닌, 중세풍의 유럽 도시 가운데 가장 휘황찬란한 매력을 자랑합니다. 밤의 정취를 만끽하며 아시시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이 순간의 충만한 행복감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어느 고단한 하루 중에 아시시에서의 기억들이 제 마음을 위로해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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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이틀리아 아트 트립』읽어보기 http://gilbut.co/c/20014741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