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제일 중독성이 심한 음식은 센토에서 먹는 커피우유
어느날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다가 굉장히 큰 신발장이 있는 입구를 하나 보게 되었다.
집에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오래된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
그리고 높게 서있는 거다란 기둥하나.
아 여기가 센토구나 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일본에 도착한 직후 고모부네 집에서 잠시 머무르고 있었을때 고모부가 하신 동네에 하나씩 있는 센토를 가보라는 이야기.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까 일본의 전통목욕탕 센토가 맞았고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친구들이 일본에 놀러오기 며칠전이었고 한번 가봐서 좋으면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도착해 해야 할일을 다 마친 저녁, 센토를 방문해보았다.
센토의 사용요금은 500엔.
한국돈으로 4500원정도였다.
한국에서도 목욕탕은 두번밖에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어색했다.
들어가서 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항상 안경을 쓰기때문에 안경을 벗으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실내모습을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로컬의 분위기.
고모부가 어째서 동네에있는 센토에 가보라고 했는지 알거 같았다.
여탕과 남탕은 천장이 뚤려있어서 반대쪽의 소리가 들렸고 한쪽 벽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후지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몸을 가볍게 씻은 후 탕에 몸을 담궜다.
단전에서부터 깊은 숨이 저절로 올라와 입 밖으로 내뱉어졌다.
뜨겁다라는 느낌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의 적당히 기분좋은 온도의 탕이었다.
세네종류 있는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가면서 왔다 갔다하기 시작했다.
수압이 강한 곳에서 마사지를 해보기도 하고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한국의 목욕탕에 비해 밝은 이미지의 목욕탕이었다.
기분좋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안경을 쓰자 자세하게 보이는 센토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탈의실 한쪽에 있는 굉장히 오래되보이는 작은 정육면체의 텔레비전.
그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일본 방송과 탁자에 올려진 일본 신문지.
낡은 체중계와 작은 거울 그리고 자판기.
그리고 오래되보이는 포스터들.
누군가의 눈에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비일상의 것들이었다.
문득 센토에 오면 목욕이 끝나고 우유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탈의실에서 나가 계산대옆에 있는 커피우유를 하나 집어서 계산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소파에 앉아 커피우유를 한입에 들이켰다.
커피맛보다 단맛이 더 강한 커피우유.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왜 이렇게 맛있게 느껴진걸까.
내가 먹어본 음료중에 가장 인상적인 맛을 가지고 있었다.
우유를 한숨에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이곳은 친구들에게 무조건 소개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욕후의 커피우유.
이 맛은 친구들에게도 충분히 중독적인 맛이었던거 같다.
처음으로 놀러온 고등학교 친구들은 센토를 알려주고 나서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센토에 가서 목욕을 하고 커피우유와 우유를 마셨다.
두번째로 놀러온 중학교 친구들은 센토를 첫날에 알려주었는데 첫날부터 마지막 밤까지 매일같이 센토에 가서 목욕을 하고 커피우유와 우유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놀러온 동생들에게도 센토를 소개시켜줬다.
동생들은 마지막날에 가서 하루밖에 경험을 해보지 못했지만 너무너무 좋았다고 더 일찍 알았으면 몇번 더 왔을거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만 이 센토와 목욕후에 마시는 우유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었다.
문득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커피우유가 보여서 괜히 하나 사서 마셔보았다.
똑같은 맛이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에서 오는 쾌감이 없었다.
특별한 상황이 주는 맛이 가장 강한 조미료였다.
센토와 목욕 그리고 커피우유.
그 어떠한 삼합요리보다 완벽한 궁합의 삼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