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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May 22. 2024

너무 아름다웠던 도쿄의 새벽을 걸어보자

새벽에 걸어본 도쿄의 거리, Ayase - 夜撫でるメノウ

산책을 좋아한다.

걷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시간이 남으면 걷는다.


새벽의 도쿄는 산책을 하기에 너무 매력적인 장소였다.

조용한 거리, 선선한 바람, 24시간 편의점, 적은 자동차, 돈키호테, 새벽까지 하는 이자카야, 빠른 일몰.

퇴근을 하고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곧잘 산책을 나갔다.

처음 보는 곳을 찾기 위해서 그냥 가보고 싶은 방향으로 1시간동안 걸어본적도 있었다.

걷다보면 새로운 곳을 보고 강을 건너고 도쿄의 새벽을 만나게된다.


일본에서 이용자가 제일 많았던 이케부쿠로 역도 새벽에는 조용했다.

새벽에 걷다보면 나처럼 산책을 하는 사람을 한명씩 마주칠 수 있었다.

저사람은 어떤 이유에 이 시간에 산책을 하고 있는 걸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센소지


작은 공터에는 가끔가다 커플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철도를 건너다보면 전철이 없는 새벽에 철로를 정비하는 직원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24시간 편의점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라멘집이나 덮밥집에는 새벽에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돈키호테에도 장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술집 거리는 그 시간에도 사람들이 붐볐다.


센소지


하루는 걸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까 생각이 들어서 무턱대고 걸어보기 시작했다.

2km,4km,6km 돌아오는 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걷다보니 도쿄를 가로질렀다.

집에서 센소지까지 걸어보니 10km 정도 걸을 수 있었다.


두시간이 넘게걸린 산책.

중간에 공원이 있었고 불이 다 꺼진 상점가가 있었다.

출발할때는 보이지 않던 스카이트리는 작게 보이더니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밝아지더니 아침이 되고 햇빛이 눈부셨다.

돌아가는 것 마저 걸어서 가는 건 너무 힘들거 같아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공기에 취해버린 산책이었다.



終点なんてないの

종점 따위는 없어

明日のことなんてほら

내일의 일 따위는 말이야

今は考えないでよね

지금은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Ayase - 夜撫でるメノウ (밤을 위로하는 마노) 中


이 새벽의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도쿄의 낮과 밤에 만족하지 못한 나는 새벽까지 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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