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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Oct 19. 2023

문제는 근육이 아니라 뇌(腦)에 있다

재활은 뇌가 잊어버린 운동방법을 새로운 뇌에 기억시키는 작업

재활병원에서는 하루 3시간 정도 재활 훈련을 한다. 본래 뇌경색 환자는 이학요법사(理学療法士, PT)와 앉기, 서기, 걷기 훈련, 작업요법사(作業療法士, OT)와 물건을 집고 옮기는 일상생활 훈련, 언어청각사(言語聴覚士, ST)와 언어, 인지 훈련 등의 3 부문을 훈련한다. 하지만, 天仁은 급성기 병원에서 언어청각 부분에는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주치의께 언어청각 훈련 대신 PT, OT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도록 요청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언어청각(言語聴覚)에 문제가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다시 검사를 해야 하고, 기본적인 치료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병원의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天仁의 생각은 좀 달랐다. ‘불필요한 검사 및 치료는 시간과 비용의 로스’라고 생각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립재해병원의 진단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 또한 상식적이지 않다 ‘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치의 선생과 크게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天仁이 적당히 강하게 나가면서도 슬기롭게 극단적 상황은 피해 나가면서 天仁의 의지는 모두 반영시켰다. 이 건으로 나중에 병원장도 직접 天仁에게 인사를 오시기도 했는데, 병원장이나 주치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 사람과 달리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고, 또박또박 자기주장을 펴는 희한한 한국인이 한 명 들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효율적이고, 제대로 치료해야,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은 天仁뿐만 아니라 병원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않겠는가. 일본인들, 일본사회의 좋지 않은 점 중의 하나는 힘이 있는 사람이 시키면 그것이 설사 잘못되었더라도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항거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 개개인이 민주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현명해야 한다.


재활은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 아니라 마비된 감각을 되살리며, 새 뇌세포가 운동방법을 기억하도록 해 나가는 작업


재활 병원으로 옮겨 오며 스마트 폰으로 집 근처 도서관의 도서를 검색하여 뇌졸중과 재활 관련 서적을 예약해 두었다가 아내가 병원을 방문할 때 가져다주도록 부탁해 책을 3권 읽고 있었다. 병원에서 적절히 치료해 줄텐데, 중환자가 굳이 책까지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수도 있지만, 본격적인 재활치료에 앞서 뇌졸중과 재활에 대한 이해와 정리도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책을 읽기를 아주 잘했던 것 같다. 짧은 지식이지만 치료사 선생들의 치료 방법도 이해하기 쉽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몸은 움직일 때는 뇌의 명령이 신체 각 부위에 전달되어 근육을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부상이나 뇌경색 같은 질병으로 뇌의 일부가 장애를 입으면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실행할 수 있던 신체의 움직임도 잘 실행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던 사실은 '앉을 때, 설 때 걸을 때 몸이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하며 넘어지는 것은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마비된 팔다리에 감각이 없고, 손상된 뇌가 옛날의 운동 동작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재활이란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 아니라 마비된 감각을 되살리며 올바른 운동, 움직임을 찾고 반복하여, 죽은 뇌를 데신하여 새 뇌세포가 운동방법을 다시 기억하도록 해 나가는 작업'이다. 이런 사실들은 재활 훈련 중에 치료사 선생들께도 다시 확인하였다. 그래서, 天仁은 어떤 동작, 어떤 부위에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더 명쾌해졌다.

제대로 앉기→일어서기
→전후좌우 밸런스 좋게 서 있기→
밸런스 유지하며 한 다리로 서 있기→걷기

실례를 들면,  올바르게 걷기 위해서는 그전에 마비된 한 쪽다리로도 밸런스를 유지하며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걷는다는 것은 한쪽 다리의 움직임이 연속되는 동작이기 때문에 한 쪽다리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서 있지 못하면 올바르게 걸을 수도 없다. 한 쪽다리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서 있을 수 있으려면 그전단계로 양다리로 섰을 때 안정되게 전후좌우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다. 또, 안정된 밸러스로 서 있을 수 있으려면 앉은 자세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는 당연히 밸런스 좋게 앉아 있을 수 있어야 한다.

        

天仁의 상태에 대한 결론과 재활 Action Plan은 최종 4가지로 정리되었다. ①마비된 팔다리를 일상생활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②늘 마비된 몸의 감각을 의식한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손이 움직이는구나, 이렇게 하면 힘이 들어가는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끼고, 뇌에도 전달되게 한다. ③천천히 움직이고 반복해서 올바른 동작과 운동을 뇌와 몸이 기억하도록 한다. ④어려운 것보다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한다. 이젠 실행하고, 꾸준히 반복할 일만 남았다. 하루빨리 2024년 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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