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오산 정상으로 찾아온 뇌졸중 - 8
입원 수속을 끝 낸 아내가 병실에 오는 시간에 맞춰 주치의와 담당 간호사가 서류를 잔뜩 들고 병실로 왔다. 입원생활에 대한 안내 및 진료계획을 설명해 줄 목적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 정보에 사용 및 공개에 대한 동의서'부터 '환자의 권리와 의무', ''치료계획서', '재활훈련계획서', '간호계획서' 등 다양하다. 그 수가 많다 보니 '나의 카르테(私の カルテ)*‘라는 제목을 붙여 앞으로 더 늘어날 서류도 넣어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아예 30매짜리 A4 포켓 클리어 파일로 한 권 만들어 왔다.
주*) 카르테(Karte)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신분과 증세를 기록하는 진료 카드를 뜻한다.
서류를 보니 '입원 진료계획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입원 진료계획서는 치료계획의 개요가 기록된 것으로 재활계획서, 간호계획서 등을 요약한 서류다. 진료계획서에는 '병명, 치료의 목표와 방법' 등이 요약되어 있고, 주치의 이외에도 담당 간호사, 이학요볍사(물리치료사), 작업요법사(작업치료사), 관리영양사, 소셜워커 등 담당자들의 이름도 모두 적혀있다. 앞으로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다. 간호계획서에는 현재의 상태를 요약되어 있고, 장단기 목표가 적혀 있다. 현재 상태와 목표가 부합되고, 목표도 구체적이라 신뢰가 간다.
재활계획서에는 3주간 입원해 있었던 급성기병원의 진단서, 재활 치료경과서를 바탕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를 점수화하고 있다. 天仁의 일상생활 가능 점수는 126점 만점에 77점,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61점이다. 좌반신이 마비 상태이다 보니 91점이 만점인 운동기능에서 47점을 잃어버려 44점밖에 되지 않아 전체 점수가 낮지만 어쩔 수가 없다. 생활가능점수가 100점이 넘어야 퇴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계획서는 담당 재활치료사뿐만 아니라 의사, 간호사가 함께 만들었고,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특히, 의사, 간호사, 재활치료사가 함께 참여하는 콘퍼런스에서 환자의 진행경과를 점검하고, 피드백한다고 한다. 따라서 재활계획서는 수시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아픈 부위가 환자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중증환자가 많은 이 병원에서 天仁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격려해 주시니 한편으로 안심도 되고,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여러 재활병원 중에서 이곳을 선택했는데 우선 관리 시스템을 보니 믿고 따라가도 될 것 같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장기간 입원했던 적이 없어 잘 알 수는 없지만, 이 병원의 재활, 진료계획서는 신뢰감을 준다. 말로 하는 것보다 역시 기록하면 사실이 명확해진다. 기업에서 문서화하여 보이도록 하는 것이 표준화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문서화‘를 ‘특정 주제 또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의 수집, 구성 및 보급’으로 정의하고, ‘문서’는 ‘사무 행위, 요건, 절차 또는 결과를 보고 및 정보보관을 목적으로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것과 전자매체에서 작성한 것’으로 말한다. 사실이 명확해지면 있는 문제점이 보이고, 문제점이 보이면 대책 방안도 나온다. 구체적인 고탄다 재활병원의 진료계획서는 신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