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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an 01. 2024

일본 병원에는 개인 간병인이 필요 없습니다.

치료에서 간병까지 모두 책임지는 일본 병원의 팀의료와 개호보험제도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 구독자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가정에도 행운과 만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뇌졸중으로 입원했을 때 한국의 가족, 지인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염려 중의 하나는 간병인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은 어떨까? 객지에서 간병은 어떻게 하나? 간병인은 쉽게 구할 수 있나? ”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간병 문제 때문이라면 굳이 한국의 병원으로 옮길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급성기 대형병원, 회복기 재활병원에서는 치료뿐만 아니라 간호 등의 모든 간병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개인이 간병인을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족 이외에는 입원 중인 환자를 면회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면회도 정해진 면회실로 장소와 시간을 제한한다. 天仁이 입원했던 국립재해병원은 평일 15분, 재활병원도 30분으로 면회 시간을 제한하고, 가족조차도 병실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런 면회 규제는 조금 인정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환자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요양해야 하고, 외부인의 출입으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문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팀으로부터 안전하게 간병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병원이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간병을 담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天仁의 브런치 글 "간호사는 부처님이고, 하나님이다"에서도 적었지만 병원의 의료팀, 특히 간호사들은 전문성도 있을 뿐 아니라 사명감과 일본인 특유의 성실함과 규정을 준수하는 정신으로 정성껏 환자를 돌봐준다.


일본의 병원의 간병제도, 개호보험의 목적은  
가족의 ‘시간과 비용 부담 경감’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입원 환자를 가족들이 간병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배우자, 자식들도 일을 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간병을 할 수 없는 사회 구조가 되었다. 의무감으로 병환 중인 부모,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 개호에 전념하다가 파산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래서 병원이 환자의 치료와 간호뿐만 아니라 간병까지 전담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주) 일본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호(介護)'라는 단어가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말이다. 개호란, '시중듦'을 뜻하는 가이조에(介添)와 '다쳤거나 앓고 있는 환자나 노약자를 보살피고 돌봄'을 뜻하는 '간호'를 합친 말이다. 결국 '개호'란 '곁에서 돌보아 준다, 케어(Care) 한다'라는 뜻이다.  


일본의 병원에서는 ‘팀 의료’를 매우 강조한다. 급성기 병원의 의료팀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호복지사(주.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간호를 담당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 ‘케어워커(care+worker)'라고 부르는 병원도 있다.), 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되는 의료팀이 치료, 간호, 간병을 다 해준다. 의료팀은 매일 아침 조례와 PC 시스템으로 환자의 병증 정보를 공유하며 적절히 대처하고 있어서 믿음이 간다. 이 의료팀에는 ‘소셜워커’라고 부르는 사회복지사도 포함되어 있다. 소셜워커는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부의 의료보험 제도 등에 대해 안내해 주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대형 병원에서의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지원해 줄 뿐만 아니라 퇴원할 때는 퇴원 후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나 기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지원해 준다.


사회전체가 개호를 책임지는 일본


일본에서는 2000년부터 고령자 ‘개호’도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개호보험’를 시행 중이다. 개호보험의 재정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 비용이 50%, 보험료 50%로 운영된다. 개호보험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물론이지만, 天仁처럼 65세 미만이더라도 뇌졸중 등 개호보험에서 정한 16개 질병의 개호 등급을 인정받으면 실비의 10%만 본인이 부담하면서 다양한 개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일본의 병원, 의료보험제도와 개호보험의 간병, 개호 시스템의 근저에는 '환자, 고령자 가족의 시간과 비용의 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이 있다. 뇌경색 환자의 경우 의료비는 개인의 연간 소득에 따라 달라지지만 입원 치료비는 급성기 병원 약 30만 엔(한화 약 270만 원)/3주, 재활병원 약 30만 엔(한화 약 270만 원)/월 정도이다. (天仁의 다른 글 '일본의 개호보험, DPC, 고액요양비제도' 참조)


개호보험의 피보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재택서비스, 지역밀착형, 요양시설 서비스 등 크게 3가지이다. 개호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렌털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집에 있으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택 서비스에는 방문 서비스, 외래 환자 서비스, 단기 입원 등이 있다. 퇴원은 했지만 후유증이 남아있는 天仁은 재활 치료사와 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재활 훈련을 시켜주고 몸 상태를 점검해 주는 방문 간호재활서비스를 받고 있다. 아직은 방바닥에서 일어서기가 어렵고 서 있을 때 균형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높이 조절이 가능한 병원용 특수 침대와 현관입구에서 신발을 신을 때 잡을 수 있는 안전봉을 렌털로 사용하고 있다. '요개호(要介護) 2'인 天仁은 총비용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월 4회 집으로 방문하는 방문간호재활서비스 비용이 1회당 40분에 750엔(한화 약 7천 원)으로 월 약 8,000엔 , 병원용 특수 침대와 안전봉 렌털 비용이 1천6백엔(한화 약 1만 4천 원)으로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일본도 개호인력난에 직면    


최근 일본에서는 '로로가이고, 닌닌가이고'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두 단어 모두 초고령사회, 개호인력 부족의 단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로로가이고(老老介護)는 간호가 필요한 노인을 노인이 돌보는 것'이고 '닌닌가이고(認認介護)는 치매에 걸린 가족을 돌보던 사람 역시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린다'는 뜻이다. 2000년부터 시행한 개호보험은 운용 20년 만에 피보험자가 1.6배, 간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요(要) 개호 인정자는 3배, 서비스 이용자도 3.7배 늘어나면서 심각한 인력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미 2022년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돌보는 로로가이고 비율이 64%를 넘었다고 한다. 2025년에는 간병이 필요한 상태지만 재택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병원이나 개호시설에도 가지 못하는 개호난민이 13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기기 개발을 독려하기도 한다. 경제연계협정(EPA)을 통해 외국인 개호복지사 후보자를 모집하고 있고, 2017년에는 체류 비자를 부여하는 외국인 기능실습제도 대상에 ‘개호’ 분야를 추가했다. 또, 2019년에는 외국인 체류자격에 최장 5년 간 비자를 보장하는 '개호'를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간병비가 월 5백만 원을 넘고, 간병인도 구하기조차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2045년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일본을 앞서고, 2065년에는 일본의 38.4%와 전 세계 평균인 19.4%를 훨씬 넘는 45.9%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빨리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연구하여 개인의 의료비 및 개호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다행히 天仁 집의 욕실과 화장실에는 안전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개호보험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天仁이 개호보험을 이용하여 렌털로 사용하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특수침대와 현관입구의 탈착용 안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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