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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Feb 07. 2021

재건축의 神(신), 적폐를 청산・개혁해야

재건축, 재개발의 고질적 비리는 국민 모두의 문제  

서울의 리안네 아파트는 오랜 기간 재건축 후 작년 중순에 입주했다. 그런데, 하자 보수, 공공시설물 설치는 물론 아직 등기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조합장과 일부 임원들이 불법으로 조합 규정까지 바꾸어 가며 셀프 포상금을 지급하려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성공적인 재건축이 이루어졌고,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조합 임원들의 노고에 합당한 성공보수를 추가로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일들이 마무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이 성과급부터 챙기겠다고, 그것도 편법으로 지급을 의결했다고 하니 경천동지 할 일이다.


현안은 제쳐두고 성과급만 챙기려는 조합장

조합원들이 분개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입주할 때 내기로 되어있던 추가 분담금을 중도금 납부 때 내도록 조합이 조합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시공사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하여 조합원들에게 이자와 기회비용 등에 큰 손해를 끼쳤다. 추가 분담금은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억 원 이상이나 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를 납부하기 위해 만기가 되지 않은 적금을 깨기도 하고, 5.5% 비싼 이자의 시공사 자금을 대출받아 납부한 조합원도 있다. 조합 임원들은 어떤 이익을 위해서 조합원들도 모르게 시공사에 유리하도록 계약 조건을 바꾸어 주도록 한 것일까? 조합은 분담금의 자세한 집행 내역과 잔액의 환급 일정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정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둘째, 입주한 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공공부문의 하자 보수는 물론, 시공사에서 선물을 주는 것처럼 약속했던 커뮤니티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있다. 일이 빨리, 올바르게 진행되도록 시공사를 독려해야 할 조합은 왜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일까? 그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을 설치하면서 조합원의 동의도 없이 관할 지자체와 국공립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자금집행 내역, 잔액과 향후 집행 계획과 조합원들의 예상 환급액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파트의 재건축이 마무리되더라도 조합장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이나 조합을 해산할 생각이 없다고 사석에서 말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미 입주자 대표회의는 구성되어 하자 보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으나, 권한과 예산이 없으니 제대로 활동을 할 수가 없다. 조합은 권한과 예산을 다 가지고 있으나 문제 해결 및 해산의 의지가 없으니 조합원들은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투명하게 전반적인 현황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현안을 해결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건축의 신(神)은 불법, 탈법의 신

최근 유튜브를 통해 PD수첩의 ‘재건축의 신 in 펜트하우스’를 보았다. 강남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의 한형기 조합장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아파트 재건축에 이렇게 많은 불법, 편법이 활개 치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일 큰 문제는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한 리베이트 수수와 공금의 횡령이다. 조합에서 수천 억 원 대의 철거, 정비, 시공, 마감재 시공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는데, 새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음이 취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시공사가 아닌 조합이 20여 개 용역 업체를 직접 선정하면 비용이 절감될 수도 있겠지만, 조합이 불법을 저지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거짓 정보로 아파트 가격을 올렸던 것이다. 매매 가격을 담합하도록 조합원들을 협박했을 뿐만 아니라, 시세 16.5억 원 정도의 아파트 가격을 21억 원에 매매했다는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부동산 업체와 언론에 배포하여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상호 협약된 보수를 지급했고, 조합장이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아 막대한 수익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이익금을 부당하게 더 챙기려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조합장은 TV 취재에서 전과 7 범인 자신의 이런 불법, 편법을 자랑스럽게 떠 벌리며, 승소할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인가, 관리 감독할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나라에 과연 공정과 정의란 살아 있는 것인가.


일본의 재건축률은 0.23%로 아주 미미

일본의 경우, 공동 주택의 재건축률은 2016년 0.23%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이유는 분담금이 너무 커 사업성이 없고, 각 소유주의 의견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관리비는 비싸지만 유지 보수를 잘하기 때문에 건물의 수명이 길다는 점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일본 최고의 분양 맨션, 미야마스자카 빌딩(宮益坂ビルディング)의 재건축은 완공된 지 63년, 요츠야 코포러스(四谷コーポラス)는 61년 만에 이루어졌다. 국토교통성의 보고서 ‘중고주택 유통 촉진·활용에 관한 연구회 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아파트 건축물의 경우 유지 보수만 잘한다면 120년~150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재건축보다는 수선이나 밸류 업(Value up)을 더 선호한다. ‘수선’이란 건축물의 배관, 외벽, 도장 등 노후화된 부분을 수리·교환하여 건축 당초의 성능이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밸류업'이란 엘리베이터 설치, 내진공사 등으로 설비나 사양을 높여, 건축 초기보다 쾌적성·기능성·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재건축은 민간사업이자 공공사업

자신의 자산가치가 올라가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 편법으로 아파트 가격을 올리려 하면 되겠는가. 조합원을 대신하여 재건축을 진행하는 조합의 임원들이, 조합원들의 이익보다는 사리사욕을 먼저 채우려 한다면 이것 이야말로 적폐가 아니겠는가. 정부는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서울에 32만 호, 전국적으로 83만 호의 물량을 공급한다고 한다. 당연히 민간 재건축도 더 활발해질 것이다. 


아파트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민간사업이기도 하지만,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의 설립에서부터 사업시행인가 등 모든 과정을 지자체가 인가하고 관리한다. 재건축 문제는 소유주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안이다. 정부는 개인 사유재산의 다툼으로 방관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안전한 재건축이 이루어지도록 관리 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입법부나 정치인들도 이러한 재건축과 관련된 제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각국의 저금리, 유동성 완화 정책 및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있는 서울,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 중에 있습니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 동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https://brunch.co.kr/@thesklee/58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밸류 업 공사 중인 아파트. 도쿄 시내에는 이런 리모델링 중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도쿄 시내 아파트의 놀이터와 공공 체육시설. 일본에는 이런 야구장이 8만여 개 있다.
왼쪽; 지역 건설사. 우측; 지은지 50년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해 다시 임대 중인 시영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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