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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Sep 03. 2022

[부록] 기억을 테마로 한 추리소설

주말엔 추리소설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196 day


억압된 기억에 대한 단편들을 시리즈로 엮어낸 다카하시 가쓰히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옴니버스 식의 추리소설이다. 작가는 '기억'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소설 연작을 할만큼 기억에 관해 뇌과학이나 정신분석적으로 관심이 많은 듯 하다.  


"무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던 끔찍하거나 찬란하거나 씁쓸하거나 감미롭거나 추악하거나 순결하거나 혹은 경이로운 진실과 그에 얽힌 고통스러운, 그래서 망각의 방에 감금해버릴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환기되며 다가오는 이러한 의문들을 작가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추리소설적 기법으로 풀어낸다. -출판사 서평"


recipe 286. 다카하시 가쓰히코 '붉은 기억'

단편들은 하나같이 이와테현의 모리오카시가 배경으로,  마을에서 일어난 각각의 살인사건들이 주요 소재이다. 단편의 구조도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 강연이나 동창회  어떤 우연한 일때문에 추억의 장소인 마을로 회귀한 주인공이,  마을에서 잊혀졌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되살아나며 자신도 잊고 있었던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되는 구조인데,


어린시절의 억압된 기억은 대부분 왜곡되거나 지워진  성인이 되어 드디어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단편마다 기억의 모티브가 다채롭게 변주되며 장르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단편이라 호흡이 짧아서 좋고, 굉장히 간결하다. 억지스럽지 않은 결말로 품격까지 갖추었다.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타기 힘든 '나오키 ' 수상작이라고 하며, 다카하시 가쓰히코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경력도 있는 작가이다.




recipe 287. 다카하시 가쓰히코 '전생 기억'

전생에 대한 기억을 꽤나 신경과학적으로 한편 신비적으로 보는 대목이 있어 흥미로운데, 마치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기도.


"전생이 있었다고 호소한 사람들의 조사보고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대부분의 전생은 불행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억울함이 전색의 기억을 남게 하는 원인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한이 남는다는 것이 안됐긴 하지만.. 원통함으로 말을 바꾸죠. 만족...이라고 해도 좋을지는 문제가 있겠지만, 일단 평온한 전생을 보낸 사람은 새 육체로 다시 태어나도 불안이나 고뇌로 가득 찬 경우가 적습니다. 그러나 전생에서 자살하거나 불행한 경험을 한 경우, 정신의 자각과 함께 그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필사적으로 호소하고 싶어지죠. 그래서 부모도 할게 됩니다. 그런게 아닐까 하고 외국 연구자들은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생의 기억을 호소한 아이들의 평균연력은 세 살 이내입니다. 이는 수명이 아니라 호소한 시기의 평균연령입니다. 말을 할 수 있는 게 되는 순간 바로 그것을 주장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전생이 있다는?"


"있다고 한다면  모두가 그것을 잊는 걸까...  점에 주목한 의사들이 있습니다. 전생을 호소하는 아이들은 물론  세계에 널리 분포합니다만, 어떤 이유인지 인도나 동암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많아요. 소위 다산계라 불리는 민족들이죠. 그들은  점에 착목했습니다.


어쩌면 출산 시에 뭔가 관련이 있는  아닌가 하고 생각한 거죠. 게다가 장남이나 장녀에게는 거의 증상 예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아이들은 대부분 순산이었다고 증명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출산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존재를   되었습니다. 모체의 진통을 촉진하는 호르몬이에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자궁 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해져서 태아를 밖으로 밀어내게 되죠. 순산이든 난산이든 옥시토신은 분비됩니다. 그러나 양이 달라요.


난산이면 당연히 양은 증대하고 순산의 경우 줄어듭니다. 의사들은  옥시토신을 이용해서 동물실험을 시도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예상 이상의 효과가 인정되었어요. 모든 동물에게 기억장애가 나타났죠.  호르몬을 부여하면 그때까지의 기억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뇌에 손상을 미치는 것은 아니에요. 단순히 잊어버리는 거죠. 훈련을 실시한 맹도견의 경우, 그때까지 기억한 명령을 모조리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다시 훈련을 받으면 처음처럼 이해합니다.


옥시토신은 말하자면 칠판지우개 역할을 하는 셈이죠. 지워졌을 뿐이라서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새로운 기억을 부여하면  기억하죠. 이제 아시겠죠.  실험과 같은 일이 모체에서 행해지고 있는 겁니다.


태아는 모두 옥시토신의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난산이라면 통상의 몇 배나 짙은 옥시토신이 들어 있는 양수에 담겨있게 됩니다. 반대로 순산이라면 옥시토신의 관문을 쉽게 통과합니다. 전생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태어나는 이치죠. 전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설명할 수 없는 증상 예가 많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증언만으로는 판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또 대부분의 증언자가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라서요. 무슨 까닭인지 열 살을 넘는 무렵이 되면 전생의 기억이 옅어지게 됩니다. 일상 기억이 늘어나는 탓도 있겠지만요. 전생은 일상생활과 무관합니다. 우리가 꿈을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일어난 직후에는 선명하게 꿈 내용을 기억하는데, 이부자리에서 나와 세수를 하는 동안 일상이 꿈을 쫒아내는 겁니다."



목표일: 196/365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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