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텃밭 이야기 (9)
래디시는 무생채와 무잎나물이 되었다. 싱크대 위에 놓인 그릇마다 흙 냄새가 희미하게 돌았다.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텃밭에서 자라난, 한때는 아침마다 물을 주던 작은 생명들이었다. 이제는 내 밥상 위에서 또 다른 형태로 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무생채는 주황색을 띠지만, 래디시로 만든 것은 군데군데 진홍빛이 돈다. 따뜻한 밥알과 함께 고소한 참기름 향에 묻은, 물기 머금은 사각사각한 촉감이 입안을 맴돈다. 푸릇푸릇한 무잎은 또 어떤가. 살짝 데쳐 무치면 부드럽게도 질기게도 느껴진다. 씹을수록 은근한 쓴맛 뒤로 단맛이 번지고, 그 속에 며칠 전의 비 냄새가 스며 있다.
이런 무생채와 무잎나물이 유난히 좋다. 꾸밈없고 소박하지만 맛은 늘 믿음직하다. 아마 섬유질이 많아 몸에도 좋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밥 한술을 더 뜨곤 한다. 이 모든 걸 만드는 건 옆지기다. 늘 조르듯 부탁하니, 가끔은 내가 좀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식탁 위에 다채롭지만 소박한 찬이 오르니, 딴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먹을 때만 번뇌가 사라지는 어리석은 나는, 서둘러 젓가락을 들며 염불처럼 중얼거린다. 잘 먹겠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