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에 연연할 것
마음 근육 키우기 대작전
꼬박 7개월이었다. 인턴 사원증을 걸고 출퇴근한 기간이 말이다. 출근길 지옥철도, 직장인들이 잔뜩 모여있는 여의도 거리도 이제는 안녕이다.
퇴사를 앞둔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함께 일한 팀장님은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마음 근육이 단단해 보인다고. 언젠가의 눈물 콧물 쏟던 날을 떠올리며 반문했다. 제가요?
“상처받아도 금방 극복하는 것 같고,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인 것 같아요.”
이어지는 설명에 전혀요,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동료들이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한참의 고민 끝에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답을 내렸다. 상처를 받아도 금방 극복하는 건 맞되,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상처를 금방 회복하게 된 건 꽤 최근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아주 오래된 상처들을 가슴에 품고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을 곧잘 했기 때문이다. 근 1년 사이에 나는 어려움이나 고통을 극복하는 스스로의 방법을 터득했다. 그건 바로 작은 일에 연연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아주 작은 행복들에 연연하는 것.
- 회사만 가까우면 찾아가서 뒤집어버릴 건데 내가 참는 거야, 알겠어?
날이 잔뜩 선 타인의 말에 상처를 잔뜩 받고, 화장실 끝 칸에서 훌쩍이던 때도 있었다. 이게 대체 뭔가 싶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는 왜 여기 이러고 있나 속이 상했던 때도 많았다. 그렇게 이름 모를 이들의 발길질에 삐걱거리고 있으면, 종종 누군가 나타나 다정한 말들로 기름을 먹여주곤 했다.
- 항상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전화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이가 있는가 하면,
“oo님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우리는 다 알잖아요. 그러면 된 거예요.”
미운 말을 듣고 시무룩해하고 있을 때마다 ‘애쓰는 거 알고 있다’며 다독여주는 이가 있었고,
“언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친절해. 그렇게까지 하는데 뭐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진짜로.”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러면 나는 언제 삐걱거렸냐는 듯 또 쌩쌩 열심히 잘 돌아갔다. 속상했던 마음을 금방 털어내고서.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 근육을 단련시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날 잡고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같이 계단을 오르면서 조금씩 폐활량을 늘리는 것처럼, 아주 조금씩 내 마음 근육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매일 작은 행복들을, 아주 사소한 다정함들을 밟고 올라선 것일지도 모른다. 자랑할 만큼 크고 단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쓸만해졌다고 너스레를 떨어도 될 만큼은, 내 마음도 자라났다.
7개월 간의 인턴 생활을 통해 무엇을 얻었냐고 한다면 우스갯소리로 ‘메일 쓰는 법’, ‘전화받는 법’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사실은 사람도 얻고, 지식도 얻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얻었지만 그건 너무 뻔하고, 또 부끄러운 대답 같으니 괜히.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을 여기에만 몰래 적어두려 한다.
순간의 불행에 마음 주지 말고, 은은히 오래가는 따스함에 연연할 것.
그렇게 내 마음 근육을 키워나가고, 단단하게 만들 것.
먼 훗날 누군가의 마음 근육 트레이너가 될 수 있도록, 다정한 말과 마음들을 아끼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