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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Apr 11. 2022

벚꽃 보며 남편과 한 잔.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기록하는 2022년│Episode 66│2022.04.08

금요일 저녁이다. 불광천을 따라 벚꽃이 피었다. 이틀 전만 해도 몇 송이 피어있었는데, 그 새 활짝 폈다. 즐거운 금요일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라니. 이대로 집에 갈 수 없다. 남편과 자전거에 올라탄다.


4월 1일부터 회사 주차권을 끊지 않았다. 자동차 대신 출근은 버스로, 퇴근은 도보 또는 자전거로 한다. 시간 내서 못하는 운동을 출퇴근 시간에 조금이라도 할 계획이었다. 남편과 내가 갑자기 살이 찐 시기를 돌이켜보면 차를 타고 다니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있다. 실제로 차를 안 탄 지 일주일 째인데, 살이 빠진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더불어 너무 비싸진 기름값과 월 십만 원의 주차장 이용료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날이 좋은 요즘에는 걸어 다니는 재미가 유독 쏠쏠하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만약 차를 가져왔다면 주차를 고민하다가 불광천을 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차도 없고 주차 고민도 없던 덕분에 어쨌든 이렇게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을 달렸다. 


불광천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예쁘다.

벌써 세 번째 보는 불광천의 벚꽃이다. 보면 볼수록 더 예쁘다. 꽃이 이렇게나 예쁘니 더더욱 집에 그냥 들어갈 수 없다.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한다. 불광천을 따라 식당들이 주욱 이어져있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불광천의 벚꽃은 점점 화려해지고, 천 변 가게들은 점점 늘어난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매운 족발을 파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평소 이 시간에는 만석이라 늘 웨이팅이 있었는데 오늘따라 웬일인지 딱 한 테이블 남았다. 잽싸게 들어가서 주문한다. 매운 족발과 주물럭, 매운 껍데기가 함께 나오는 A세트를 시켰다. 소주와 맥주도 한 병씩 시켰다.


매운 족발이 나왔다. 1차로 연탄불에 초벌구이를 마쳤고, 각자 먹고 싶을 온도만큼만 구워서 먹는 것이다. 

이 식당은 처음이었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식지도 않고, 타지도 않고. 딱 좋아하는 온도에 맞춰서 먹을 수 있었다. 양념도 첫맛은 지나치게 매운가 싶었는데, 먹다 보니 매콤 달달하니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오랜만에 마신 소맥은 달다. 술이 달면 위험한 날이라고 하던데, 정말 달았다. 시원한 듯 따뜻한 봄바람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 즐거운 금요일. 거기에 남편과의 끝없는 수다까지. 오랜만에 누리는 불금 같은 불금이다. 비록 알쓰라서 소맥 두 잔이면 끝나버릴 나지만 술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술이 술술 들어간다. 


그렇게 실컷 남편과 수다 떨고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을 비우고 나왔다. 알딸딸하다. 그 사이 밤이 되었다. 봄 밤이다. 벚꽃은 밤이 되어도 예쁘다. 아니, 밤에 마주하는 벚꽃이 더 예쁜 걸까.

새삼 행복이 뭐 별건가- 싶다. 너무 흔해빠진 표현일지 몰라도 그렇다. 벚꽃 보며 남편과 한 잔.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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